▲지난 3월 11일 일본 사이타마 시가 코로나19에 대응해 관내 어린이 시설에 마스크를 배포하면서 유독 조선유치원만 배제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재일동포들이 사이타마 시를 찾아 격렬히 항의하고 있다.
평화의길
재일동포들의 항의에 대해 사이타마 시 간부는 "재고(再考)하겠다"고 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분명히 밝히지 않고 있다. 이번 사태의 실무 책임자라고 할 수 있는 카네코 미래국장은 동포들의 거듭되는 면회 요청을 거부한 채 부하 직원을 통해 이번 조치를 철회할 생각이 없다는 것과 면회도 거부한다는 뜻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쯤되면 "적반하장(賊反荷杖)도 유분수"가 아닐 수 없다.
이에 맞서 재일동포들은 사이타마 시를 직접 항의방문 하거나 항의전화와 팩스를 보내고 있다. 현재 사이타마 시 팩스와 전화는 거의 불통상태라고 한다.
한편 사이타마 조선유치원에는 이름 모를 시민이 마스크와 휴지를 두고 가기도 하고, 재일동포 단체와 인연이 있는 일본 NPO(민간 비영리 단체)에서 마스크 200개를 기부했다는 미담도 들린다. 중국의 우한도, 한국의 대구도, 일본의 사이타마의 경우를 봐도 어려울 때 서로 돕고 힘을 북돋우는 것이 사람의 본성이다.
사이타마 시가 조선유치원에 대해 마스크 배포를 거부한 3월 11일은 9년 전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난 날이다. 이에 대해 김봉길 재일조선인인권협회 회장은 다음과 같이 물었다.
"당시 센다이에 있는 조선학교에서 실시한 '식사 나눔'에는 많은 일본 시민들도 참가해 국적이나 민족의 구별 없이 함께 음식과 물품을 나누었습니다. 마찬가지로 1995년의 한신 아와지 대지진 때에는 효고현 내 조선학교에서 한 '식사 나눔'에 많은 일본 시민이 참가했습니다.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격의 없이 서로 돕는 일이 당연한 것을 사이타마 시에서는 그게 안 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한국에서도 연대와 지원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우리학교와 아이들을 지키는 시민모임', 조선학교와 함께하는 사람들 '몽당연필'과 '평화의길', '정의기억연대', '김복동의 희망' 등의 단체는 사이타마 시에 항의하는 서한과 메일, 전화, 팩스 등을 보내는 운동을 필두로 기자회견과 조선유치원에 마스크를 지원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이타마 시의 조선유치원 마스크 배포 거부 행위는 결코 일회성 소동이나 우연의 산물이 아니다. 아베 신조를 총리로 하는 일본 정부는 2012년 2기 집권 이후 조선학교 고교무상화 배제, 조선유치원 무상화 배제, 북한으로 수학여행 다녀온 학생들 선물 압수, 일제 강점기 강제 동원된 조선인 노동자들에 대한 한국 대법원의 배상 판결에 대한 경제보복을 '일관되게' 행해 왔다.
이번 '마스크 사건'도 그 연장선에 있다. 반한국적·반역사적 차별과 배제의 산물이다. 우리가 이 문제를 간과하면 사이타마 시뿐만 아니라 일본의 극우 정치인들이 장악하고 있는 지자체에서 제2, 제3의 차별 행위가 계속될 것이다. 벌써 교토에서도 같은 행위가 벌어지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는 것이 예사롭지 않다.
민족교육 차별의 상징이 된 일본 문부과학성
지난해 11월 8일 도쿄 시내에 위치한 일본 문부과학성 앞에서는 100여 명의 사람들이 모여 노래를 부르고 구호를 외치고 있었다. 2013년부터 자행된 아베 정권의 고교무상화 배제 정책에 항의하고 시정을 요구하기 위해 시작된 '금요행동'이 올해 들어 벌써 200회를 넘어섰다. "조선민족에 대한 차별을 용납할 수 없다, 후배들을 지키자!"며 일본에 있는 총련계 조선대학교 학생들이 시작한 집회에 "주인공인 우리가 나서야 한다"며 조선중고급학교 학생들이 동참했고, "졸업생으로서, 학부모로서 그냥 있을 수 없다"며 학부모들이 함께했다.
그러나 문부과학성의 문은 "우리의 입장은 이렇다"는 것을 과시하듯 지난 8년 동안 단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
일본 지배세력의 잘못된 생각과 태도를 바꾸기 위해서는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한다. 이번 사태의 최일선에 서 있는 박양자 조선유치원 원장은 12일 MBC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사이타마 시의 이번 조치가 민족교육 차별정책의 연장선에 있다"고 못을 박고는 이렇게 말을 맺었다.
"동포들도 함께 싸워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