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첩보전> 표지
살림출판사
다만 한가지 팁을 주자면, <삼국지 첩보전>은 원전 <삼국지연의>에서는 주목하지 않았던 스파이, 책략가 간의 지략 싸움이 관전 포인트다. 따라서 원전에서는 맛볼 수 없는 특별한 재미가 있다. 이쯤에서 느꼈을지 모르겠지만, 이 책은 <삼국지> 초심자보다 마니아를 위한 책이다.
그도 그럴 것이 <삼국지 첩보전>을 쓴 작가 허무(何慕)는 중국의 미스터리 작가다. 오랫동안 삼국시대의 역사 연구와 <삼국지연의>의 고증과 분석에 몰두했단다. 1998년에 인터넷 소설을 쓰기 시작해 20여 편의 단편소설을 썼고, 2016년에는 화문추리대상도 받았다니 삼국지를 바탕으로 한 추리소설에는 제격인 셈이다.
<삼국지>는 진수가 쓴 정사 <삼국지>와 나관중의 소설 <삼국지연의>로 나뉜다. 중국의 삼국시대가 워낙 드라마틱해서일까. 나관중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월탄 박종화, 정비석, 이문열, 황석영, 장정일 등 내로라하는 소설가들이 각자의 문체로 편역했다. 심지어 설민석도 삼국지를 펴냈다.
<삼국지>는 소설뿐만 아니라 다양한 형태로 변주됐다. 오죽하면 우리 고유의 판소리에도 <적벽가>가 있을까. 내가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고우영의 만화 삼국지도 있었고 <로보트 태권V>의 아버지 김청기 감독도 극장판 애니메이션을 만들었다(각본이 고우영이다). 1980년대에는 지상파인 KBS에서 인형극을 방영했고, <레전드히어로 삼국전>도 유아·초등학생들의 인기를 끌었다.
고전 <삼국지>의 매력은 뭐니뭐니해도 시대가 변해도 낡지 않는 가치관과 의리 그리고 우정을 다루고 있어, 과거의 역사소설이지만 박제된 이야기로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미 <삼국지>를 읽은 사람이 허무의 <삼국지 첩보전>을 읽으면 원전 <삼국지>에서 각 인물들이 내린 중차대한 결정의 이유를 만끽할 수 있다.
물론, <삼국지 첩보전>으로 <삼국지>에 입문하는 사람들도 작가가 입체적으로 표현한 캐릭터와 정교하게 짠 플롯에서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명대사도 빠질 수 없다.
이 세상사는 결과적으로 놓고 보면 옳다고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이 있지. (…) 하나 옳은 일이라고 해서 반드시 자기에게 유리한 결과를 가져다주는 것만은 아니란다. 관우는 한실을 다시 일으켜 세우기 위해 위나라를 토벌하는 데 모든 힘을 쏟아부었다. 이것은 옳은 일이 아니었느냐? 그 결과 그는 죽고 군대는 패한 데다, 형주 땅을 모두 잃어 촉한에 엄청난 손실을 안겼느니라.
[세트] 삼국지 첩보전 1~4 - 전4권
허무 (지은이), 홍민경 (옮긴이),
살림,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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