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압사약사전(사진=CPN문화재TV심연홍기자)
심연홍
또 다른 이야기는 1394년을 전후하여 이태조가 무학대사의 조언으로 조선의 도읍을 서울로 정한 후 궁궐을 짓는 과정에서 일어난 내용을 전하고 있다. 태조가 궁궐을 지을 때 일이 진척됨이 없고 밤이 되면 무너지기를 반복하였다.
어느 날 밤 태조의 꿈속에서 반은 호랑이고 반은 형체를 알 수 없는 이상한 괴물이 나타나더니 눈에서 불을 내뿜으며 지어놓은 건물을 들이받으려고 하였다. 괴물을 향해 화살을 빗발같이 쏘아댔으나 괴물은 아랑곳 하지 않고 궁궐을 무너뜨리고는 사라졌다.
태조가 침통한 심정으로 침실에 들었을 때, 한 노인이 나타나 말하기를 "한양은 비할 데 없이 좋은 도읍지로다" 라며 손가락으로 멀리 한강 남쪽의 한 산봉우리를 가리켰다. 노인이 가리키는 곳을 보니 호랑이 머리를 한 산봉우리가 한양을 굽어보고 있었다.
노인이 방도를 알려주기를 "호랑이란 꼬리를 밟히면 꼼짝 못하는 짐승이니 호랑이 형상을 한 산봉우리의 꼬리부분에 절을 지으면 만사가 순조로울 것입니다."고 하였다. 그리하여 태조는 무학대사의 도움을 얻어 이곳에 절을 지었고 이름을 호압사(虎壓寺)라고 하였다.
호랑이는 거대하고 꼬리는 길었다. 사찰 아래로 구불구불 호랑이꼬리(길)가 길게 이어졌다. 호랑이 머리 방향에 해당하는 사찰 위쪽 산 역시 상당히 높아보였다. 호압사는 풍수지리와 비보사찰을 목적으로 창건되었음이 이해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