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에서 경기도 고양정 지역구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전 카카오뱅크 공동대표는 '전략공천은 정치 출발선이 달라 꽃가마를 탄 것과 같다'는 비판에 대해 "몇십 년 동안 준비해온 분들에게는 정말 미안하다"면서 "(총선은) 일종의 전쟁이기 때문에 자원을 어떻게 동원하느냐 문제도 중요한데, 당 지도부의 전략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본다"고 조심스럽게 답변했다.
유성호
- 정치를 한다면, 무엇을 코어밸류(Core Value)로 삼겠는가.
"혁신이다. 그런데 제대로 된 혁신을 하려면 공정이 밑바탕에 깔려야 한다. 공정 없는 혁신은 의미가 없다. 처음 문재인 정부가 들어섰을 때 공정이 부각됐는데, 지방선거가 끝난 뒤 혁신이 부각되면서 공정이 좀 밀린 느낌이다. 혁신의 효과는 항상 공정 속에서 출발한다."
- 홍보 영상을 봤더니 어려운 문제에 도전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 새로운 시도에 보람을 느끼는 사람,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사람이라고 소개돼 있다. 카카오뱅크도 설립 2년만에 흑자로 전환했고, 가입자 1000만 명을 돌파했다고. 어떤 시도를 한 것인가.
"(카카오뱅크 설립할 때) 내부적으로 논란이 있었다. PC뱅킹도 안 넣고, 모바일로만 은행 거래를 하는 게 가능하냐고. 게다가 국내 은행들은 IBM, HP 유닉스 시스템을 쓰고 있는데 (오프 소스 기반인) 리눅스를 쓴다고 하니까, 금융당국에서도 선례가 없다면서 난색을 표했다. 잘못되면 어떻게 할 거냐고 해서 우리가 책임지겠다면서 설득했다. 우여곡절 끝에 승인을 받았고, 지금은 다른 은행들도 (가성비가 좋은) 리눅스를 쓴다. IT(정보통신기술)쪽에서 새롭게 창업할 때는 안 된다고 하는 게 너무 많다."
- 대학 동기동창인 김한정 민주당 의원이 정치 입문을 권유한 걸로 알고 있다. 어떻게 제안했나.
"정치를 해보라고 해서, 처음에는 '난 정치를 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고 했다. '퍼블릭에 관심있으면 정치를 해보라'고 재차 권유해서, 스톡옵션도 있고 여러가지 고려해야 할 게 많아서 쉽게 결정할 수 없다고 했다. 고민하던 차에, 이 상태로 가다가는 경제가 참 힘들어지고, 문재인 정부도 성공하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톡옵션이 없어도 생활하는데 지장이 없으니, 내가 사회에서 혜택을 받은만큼 사회에 기여해야겠다고 판단했다. 특히 실물경제를 경험해봤기 때문에."
- 총선에 나간다고 했을 때 가족들의 첫 반응은?
"집사람은 오랫동안 알고 있는 사안이었다. (1992~1993년 장재식 의원 보좌관 생활을 끝낸 뒤) 나보고 '앞으로 절대 정치하지 말라'고 했고, 안 하겠다고 했다. 기업에 있으면서도 국회와의 접점이 없어서 (정치를) 아는 척도 안 했다. 그래도 집사람은 뭔가 느낌이 있었을 거다. 시간이 좀 지난 뒤, 말린다고 안 할 사람이 아니니까 '알라서 하라'고 하더라."
- 김성환 의원 추정에 따르면, 스톡옵션을 행사했을 때 차익이 100억~200억 원 정도 된다고 했는데 포기하기 아깝지 않았나.
"전혀 아쉽지 않았다고는 할 수 없겠지. 다만, 예전부터 그건 우리가 쓸 돈은 아닌 거 같다는 얘기를 해왔다."
- 정당에서 전략공천은 인재 영입이지만, 주변에서 보기에 전략공천은 꽃가마를 탄 것과 마찬가지다. 경쟁하던 정치신인들은 출발선이 다르다고 여길 것이다. 이 후보가 평소 '공정'을 중요한 가치로 얘기했는데, 정작 본인의 정치 출발선은 다르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그런 비판에 대해) 충분히 공감한다. 사실 (당에서) 전략공천을 거론할 때, 내색은 안했지만 그 지역에서 준비하는 사람들을 볼 수밖에 없다. 그 사람들은 그거 하나를 보고 몇십 년 준비해왔을텐데. 그런 점에서 참 미안하다.
그런데 민주당에서 왜 저를 영입했을까, 생각해보면 현재 당에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걸 채워주는 역할을 제대로 함으로써 보상할 수 있지 않을까. (총선은) 일종의 전쟁이기 때문에 자원을 어떻게 동원하느냐 문제도 중요하다. 당 지도부의 전략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본다."
- 일부 언론보도를 보면, 정부 정책의 혜택을 받은 기업의 CEO가 여당에 직행한 건 문제라고 지적을 하는데. 문재인 정부의 '인터넷은행 은산분리 완화'로 카카오뱅크가 혜택을 받았다는 얘기다.
"'은산분리 완화'는 주주에 관한 이야기다. 카카오뱅크 CEO는 주주를 대표하는 게 아니다. 정확하게 얘기하자면 은행은 주주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BIS(국제경제은행) 자기자본비율이 10%라고 하면 자기자본 1조를 넣고 10배의 에버리지인 10조까지 대출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주주가 관리하고 투자할 수 있는 건 10%밖에 안 된다. CEO가 주주의 말을 듣는 건 은행법 위반이기도 하다. 그래서 은행이 주주 것이라고 하는 건 난센스다."
- '고양시정'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지역구다. 전략공천 결정 전후로 김 장관과 만나거나 통화를 한 적이 있나.
"만나거나 제가 전화를 건 적은 없다. 김 장관께서 전화해서 잘 해달라는 당부는 하셨다."
- 고양과의 인연은?
"20년 전에 1년 좀 안 되게 살았다. 주엽 강선마을에서. 지금도 강선마을로 이사왔다."
- 고양 지역구(일산 서구)를 위해 어떤 일을 할 건가. 미래통합당은 부동산 전문가인 김현아 의원이 후보로 결정됐는데.
"회사에서 고객이 바라는 걸 파악하는 게 중요하듯이 선거구민들의 바람을 제대로 파악해서 정책으로 연결하도록 하겠다. 당연하겠지만, 고양도 예전에 비해 많이 변했다. 쭉 둘러봤는데, 생각한 것보다 인프라가 좋다. 진주가 많이 눈에 띄는데, 이걸 어떻게 꿸 것인가가 숙제다. 하드웨어의 문제도 있지만, 소프트웨어와 콘텐츠를 어떻게 엮느냐를 고민하고 있다.
부동산 문제에 대한 불만은 충분히 공감하고 이해한다. 다만, 신도시 계획은 한 명의 국회의원이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전체 국토 계획으로 추진되는 일이다. 생활경제와 상권이 활성화돼야 부동산의 가치도 올라간다. 그러려면 경제에 포커스를 맞춰야 한다. 서울의 베드타운에서 벗어나 자족도시로 기능할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