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중 실시간 감시당하게 된다는 것은 정신적 긴장을 한층 높이는 행위일 가능성이 크다. 기관사가 SNS를 하느라 사고를 낼 가능성보다는 감시와 처벌에 괴로워하며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기 때문에 사고를 만들 가능성이 더 클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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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십수 년 동안 기관사들의 자살에는 핵심적으로 '억압적 노무관리'가 배경이었다는 선행연구가 매우 많았다. 즉, 기관사 업무의 특성상 사고가 발생할 경우 항상 최우선 조사의 대상이 된다는 점, 시간 엄수에 대한 압박이 커 항상 긴장 상태에 있다는 점, 협소한 공간에서 터널을 계속 응시해야 한다는 점, 2~3분 단위로 역에 정차하고 발차하는 긴장 상황을 반복적으로 수행해야 한다는 점 등은 정신적 부하를 강하게 주는 업무 조건이다. 여기에 더해 개개인의 업무스케줄이나 휴가까지도 노무관리 과정에서 통제된 문제 때문에 기관사들의 정신건강은 매우 나빠졌다.
그런데 이에 더해 업무 중 실시간 감시당하게 된다는 것은 정신적 긴장을 한층 높이는 행위일 가능성이 크다. 기관사가 SNS를 하느라 사고를 낼 가능성보다는 감시와 처벌에 괴로워하며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기 때문에 사고를 만들 가능성이 더 클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지난 2019년 12월 전국의 철도·지하철 기관사 4533명이 응답한 설문조사에서 운전할 때 감시카메라가 신경 쓰이는지를 묻는 질문에 98% 이르는 노동자들이 신경 쓰인다고 응답했다. '사생활 침해다. 인권 문제다', '업무에 집중할 수 없다', '누군가가 나를 감시하고 있다는 생각에 기분이 나쁘다', '부자연스러운 행동을 할 수 있어 오히려 안전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라고 답했다. 또한 운전실 내 감시카메라 설치는 '안전 운행을 위해 꼭 필요하다'는 응답에는 2.5%만 동의했다. '기관사 정신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응답한 기관사는 97.8%가 동의한 것으로 나타난다.
전국 기관사들의 의견 귀 기울여야
전국 대다수의 기관사들이 운전실 감시카메라 설치를 반대한다면 귀 기울여야 할 내용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국민 100%가 반대한다면 현 정부는 어떤 정책이든 밀어붙일 수 있겠는가. 우리나라 철도의 사고율은 세계적으로 가장 낮은 수준에 속한다. 아주 가끔 발생하고 있으며 특히 사고조사 결과에서 기관사 과실로 나타나는 경우도 거의 없다. 기관사 과실이 있는 경우에는 물론 과도하게 많이, 아주 잘 밝혀내고 있다. 그런데 0.1%도 되지 않는 문제를 사후적으로 찾아내기 위해 100%의 기관사를 감시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게다가 운전실은 간이 변기를 들고 타는 공간이다. 여성 기관사도 있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이는 관련 현행법은 물론 헌법에도 저촉되는 사안이다.
누군가 이야길 하면 들어야 한다. 특히 핵심적인 이해당사자는 최우선 경청 대상이어야 한다. 그러나 국토교통부는 입법예고 전에 단 한 차례도 이해당사자인 기관사들의 의견을 듣지 않았다. 인권 감수성이 나날이 높아지는 이 시기에 군사정권에서나 할 법한 일을 진행하고자 하는 감사원, 국토교통부는 역사를 퇴행시킨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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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차 운전실 감시카메라 설치, 이래도 괜찮으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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