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운 가지 무침팬에 구운 가지에 양념을 버무린 것
장순심
가지는 찌지 않고 프라이팬에 살짝 굽는다. 찌면 금방 흐물흐물 형체를 잃지만 팬에 구어 조리하면 식감과 모양이 산다. 앞 뒤가 노릇노릇해지면 물기가 빠져나온다. 적당히 물기가 빠진, 잘 구워진 가지에 간장 양념으로 조물조물 무친다. 청양고추 한 개를 썰어 양념장에 같이 넣으면 매운맛이 가지의 밋밋함을 보완한다.
마지막으로 봄동이다. 봄동 이파리를 해체해 깨끗이 씻어 소금에 절인다. 물기를 뺀 봄동에 생채에 넣었던 양념과 비슷하게 넣는다. 고춧가루, 젓갈, 매실액 적당량, 마늘, 파, 양파를 넣고 아래 위로 뒤집어가며 버무린다. 무생채에 넣은 재료와 다르지 않지만, 같은 양념을 해도 재료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군침이 돈다.
하는 것도 금방, 바로 먹을 수도 있다. 값싼 채소로 만드는 봄맞이 식탁이 완성된다. 저녁 식사 시간, 양푼에 봄동과 생채 듬뿍 넣고 고추장 한 스푼에 들기름 한 스푼으로 봄을 비빈다. 숟가락을 식구 수대로 꽂는다. 모두 입을 크게 벌리고 봄을 맞이한다. 봄이 몸속으로 가득 들어왔다.
밖에서 만난 봄을 집안으로 불러들이니 하루가 가볍다. 어제와 다른 느낌의 하루를 오늘 보낼 수 있었다. 나른한 봄을 거뜬히 이겨내기 위한 시간을 충분히 번 느낌이다.
적어도 커다란 무 한 개로 만든 깍두기가 식탁에 오르는 동안은 봄봄하며 지낼 수 있을 것 같다. 그 정도면 충분하다. 다른 곳에서 또 새로운 변화의 바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니.
시장을 오가는 길에 약국 앞에 길게 늘어선 마스크를 사려는 행렬은 여전하다. 하지만 그 길을 무심히 지나칠 수 있을 만큼 감염병도 방역도 이젠 일상의 일부가 된 것 같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