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제1부부장, 조화 전달
통일부
청와대를 정조준해 비판한 담화의 주체는 왜 김여정 제1부부장이었을까. 그는 김정은 위원장의 여동생으로 북한의 '백두혈통', 즉 '로열패밀리'에 해당하는 인물이다. 김 위원장의 뜻을 직접 전달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인물이기도 하다.
동시에 그는 2018년에 시작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서는 '대남메신저' 역할을 수행해 왔다. 공식 직함은 제1부부장이지만, 김정은 위원장의 그림자가 돼 국정운영 전반을 보좌해 사실상 비서실장의 역할을 했다.
2018년 초 평창동계올림픽을 시작으로 남북 대화의 물꼬를 튼 것 역시 김 제1부부장이었다. 2018년 2월 10일 그는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을 만나 김정은 위원장의 평양 초청 친서가 담긴 파란 서류철을 전달했다. 그리고는 "제가 특사다"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이 전달한 내용이 "김정은 위원장의 뜻"이라고 했다는 말도 나왔다.
김 제1부부장은 그해 4월 27일 판문점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첫 남북정상회담에도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과 함께 배석했다. 2차 남북정상회담에서도 김 위원장 곁을 지켰다.
남북관계가 경색된 2019년에도 김 제1부부장은 필요한 순간에 '대남 메신저'가 됐다. 그는 6월 12일 오후 검은 옷을 차려입고 판문점 통일각에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에게 고 이희호 이사장을 추모하는 김정은 위원장 명의의 조화와 조의문을 전달했다.
이런 김 제1부부장이 발표한 담화는 여느 담화와 무게감이 다를 수밖에 없다. 그가 드러낸 불만이 곧 김정은 위원장의 불만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남북관계에서 존재감·상징성·말의 무게감이 가장 큰 북측 인사는 당연히 김여정"이라며 "그는 당 전체의 실세다, 김여정이 담화에서 밝힌 비난은 김정은의 뜻과 일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북한은 김정은 위원장을 제외하고 남북관계에서 상징성 있는 인물인 '김여정 제1부부장'을 통해 남측을 향한 불만을 고스란히 전달하려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김 제1부부장이 담화를 발표한 시간도 주목할 만하다. 담화는 3일 오후 10시께 나왔다. 미국 워싱턴 D.C.의 시계가 오전 9시를 가리켰을 때다. 전문가들이 담화에 '대미 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보는 이유다. 뿐만 아니라 김 제1부부장은 담화 말미 '겁 먹은 개'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다. 이 표현은 북미 정상이 막말을 주고받았던 2017년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을 '로켓맨'이라고 지칭하자 김 위원장은 "겁 먹은 개가 더 요란스레 짖어대는 법"이라고 맞불을 놓은 적이 있다.
최용환 실장은 "한반도 프로세스는 남북미를 떨어뜨려 볼 수 없다, 한미연합훈련이나 무기 반입 등은 모두 한미가 관계된 일"이라며 "미국도 새겨 들으라는 뜻이 포함됐을 것"이라고 짚었다. 홍민 실장 역시 "미국에 대해 직접적인 불만을 표출하기보다는 한국을 흔들어 한미 모두에게 불만이 있다는 걸 보여준 것"이라고 풀이했다.
한편, 정부는 김 제1부부장의 담화에 별다른 입장발표를 하지 않았다. 남북관계의 주무부서인 통일부는 4일 정례브리핑에서 "김 부부장 담화와 관련해 따로 언급할 사항은 없다"라며 "다만 정부는 남북관계 발전과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하여 남북이 상호 존중하며 함께 노력해 나가야 한다"라고 원론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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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 '청와대 비난 담화' 낸 북한, 왜 김여정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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