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백양로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안내 현수막이 걸린 채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16일로 개강이 연기되면서 각 대학은 온라인 강의 등 비대면 강의 시행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1월 말부터 뉴스에서 코로나19를 다루는 보도가 연일 나오더니, 대학교의 개강 연기 소식이 쏟아졌다. 곧이어 대학의 새터, 미터, 입학식도 취소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내가 입학한 학교에서도 2월 초 단과대에서 주관할 예정이던 새터가 취소됐다고 공지했다. 뒤이어 과에서 진행될 새터뿐만 아니라 입학식도 취소됐다. 그나마 기대하던 미터 일정 역시 일주일 전 갑작스레 취소됐다.
코로나19의 심각성을 알고 있으므로 대학 일정이 줄줄이 취소되는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생애 첫 대학 수강신청을 잘할 수 있을지 걱정됐다. 수강신청 방법을 비롯해 신입생들이 알아야 할 정보를 안내해주는 행사의 취소에도 불구하고, 수강신청 일정은 예정대로 2월 말에 진행되기 때문이다. 또한 개강까지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떤 부분을 준비해야 할지도 막막했다.
막막함을 느끼고 있는 새내기 대학생에게 설상가상으로 찾아온 또 다른 소식은 개강일이 3월 2일에서 3월 16일로 2주 연기된다는 것, 개강 후 2주간은 사이버 강의로 대체한다는 것이었다. 학교에서는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오프라인(면대면) 수업을 100% 중단한다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감염병 진행 상황에 따라 온라인 수업 기간이 연장될 수 있다고도 예고했다.
다시, 대학생활을 꿈꾸며
같은 과 동기와 선배들을 만나고 소통하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개강은 결국 3월 말에서 4월 초로 늦춰졌다. 컴퓨터 앞에 앉아 안내된 링크로 접속해 사이버 강의를 듣는 건 고등학교 때 매일같이 들었던 인터넷 강의의 방식과 다를 게 없었다.
고등학교 3학년은 자신의 미래를 그려볼 시간조차 없을 정도로 바빴다. 공부 외에 무엇을 하는 것은 금기시되던 때였다. 그러한 시기가 지나면 다채로운 삶을 누릴 수 있을 줄 알았다. 넓은 캠퍼스를 걷고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지식을 얻으며 미래를 그려보고 싶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내가 상상하던 대학생활은 잠시 유예됐다.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외출을 자제하는 상황에서 대학 입시가 끝난 스무 살이 할 수 있는 일이란 매우 한정적이다. 수험생활에 지칠 때마다 어른들에게 들었던 조언이 "대학생 돼서 놀아!"였는데, 나를 버티게 했던 그 말이 요원하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또다시 모니터 앞에 앉아 강의를 듣는 일이 너무도 지겨운 대학 신입생은, 이 시간을 어떻게 생산적으로 보낼까 고민하며 오늘도 집 안을 서성인다.
하루빨리 코로나19 사태가 잠잠해져 캠퍼스에서 실감 나는 대학생활을 누릴 수 있기를 바란다. 그날이 오면, 학교에서 신입생들을 위한 새터나 미터 같은 행사를 늦게나마 다시 진행해주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