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글로벌 확산에 대한 우려가 부각되면서 코스피가 2,000선을 아래로 급락한 2월 28일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그런데 코로나19 위기 경보 단계가 '심각'으로 격상되고 전국 초·중·고 개학까지 연기되자 회사에서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금융당국은 금융회사 자체의 '비상대책'에 따라 직원의 원격접속이 필요한 경우 등을 고려해 망 분리의 예외를 인정하기로 했다. 금융회사가 재택근무 등을 통해 업무 연속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조치한 것이다.
내가 근무하는 회사에서도 재택근무 등을 본격적으로 실시하며 코로나19에 대응 중이다. 직원의 감염으로 업무 체계가 무너지는 것을 예방하려는 노력이 느껴진다.
회사의 재택근무는 초등학생 쌍둥이 남매를 둔 내게 기쁜 소식이다. 안 그래도 코로나19의 여파로 전국 학교의 개학이 일주일 연기된 데다, 모든 학원들이 휴원해 앞이 캄캄한 상황이었다. 앞으로의 일정 또한 불투명한 상황에서 재택근무는 자녀가 있는 부모에게 무조건 두 손 들고 환영할 만한 조치라고 생각한다.
만족스러운 재택근무, 그러나
지난달 말부터 집에서 일하고 있는 내가 재택근무의 장점을 꼽자면 ▲ 매일 40분 이상 지하철과 셔틀버스를 타고 출퇴근하지 않아도 되는 것 ▲ 회사에 가기 위해 옷을 차려입고 화장을 하던 시간까지 절약할 수 있는 것 ▲ 지하철과 회사 건물에서 불특정 다수와 접촉하지 않아도 되는 것 등이 있겠다.
무엇보다 좋은 건 학교도 학원도 가지 않는 쌍둥이 남매를 엄마인 내가 직접 돌볼 수 있어서 한결 마음이 편하다는 점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자녀 보육 등 필요에 의한 재택근무가 상시적으로, 균형 있게 운영되면 좋을 것 같다. 그렇다면 아이를 키우는 직원들의 일·가정 양립이 좀 더 수월해지지 않을까.
물론 재택근무가 장점만을 지닌 것은 아니다. 업무 환경이 다소 축소돼서, 사무실이었다면 당연하고 손쉽게 작업할 수 있었던 일들도 복잡한 과정을 거쳐 해결해야 했다. 얼굴 보고 얘기하면 간단히 끝날 일을 메신저로 주고받으려니 더 긴 시간이 걸렸다. 동료와의 의사소통에서 평소 생기지 않던 오해가 불거지는 등 난감한 상황도 있었다. 집에 PC나 노트북이 없는 직원은 급하게 컴퓨터를 장만하기도 했다.
외출을 하지 말아야 하니 어쩔 수 없이 집에서 끼니를 해결해야 했는데, 차려 먹는 것도 일이었다. 재택근무와 휴가를 구별하지 못하는 아이들은 '엄마, 이것 좀 도와주세요', '엄마, 간식 주세요', '엄마, 심심해요' 등 요구 사항을 쏟아냈다. '엄마는 지금 일하는 중이라 좀 힘들어'라고 거절하는데도 한계가 있어서 결국 자리에서 일어나 아이들의 요구를 몇 번은 들어줘야 했다.
이런 생각들이 재택근무를 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배부른 투정으로 들릴 수 있어 조심스럽다. 나뿐만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노동을 이야기하고, 그러한 목소리가 더 나은 근무환경을 만들어가는 데 영향을 주길 바란다.
얼굴 맞대고 일할 그 날을 기다리며
사실 업무와 가정에서 맞닥뜨린 소소한 단점보다 내가 좀 더 크게 느낀 불편함은 '어른'과의 소통 단절이었다. 아이들과 대화를 하니 하루 종일 말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오로지 집 안에 있어야 한다는 답답함과 고독감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순간들이 있었다. 내가 한 일을 보이지 않는 동료와 상사에게 증명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들었고, 회사에서 근무할 때만큼 일의 능률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는 죄책감도 느꼈다.
사무실의 떠들썩한 분위기, 점심시간에 먹는 맛있는 밥 한 끼가 그리웠고, 동료들이 보고 싶었다. 이제 막 기획서를 완성한 첫 프로젝트의 시작을 위해 회의를 잡아뒀다가 갑작스러운 상황으로 미루게 된 후배 직원의 얼굴도 떠올랐다.
나만 고독감을 느끼는 건 아니었다. 아이들 역시 집에만 있으면서 '몸살'을 앓는다. 방학이 시작되자마자 친구가 보고 싶다고 타령하던 아이들은 개학이 늦춰졌다는 소식에 안타까운 탄성을 질렀다. 외출을 위해 학원이라도 다녔으면 좋겠다는 '웃픈' 농담을 던지기도 한다(하지만 학원도 2주 휴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