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 사진<난데없이 도스토옙스키> 표지
샘터
한 달 정도만이라도 책을 잊고 살겠다는 결심을 한 지 며칠 만에 이 책을 금주에 받지 못하고 다음 주에 받게 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나를 발견하였다(온라인 서점에는 출간일이 3월 5일로 되어 있지만, 주문은 가능했다).
주요 일간지 신춘문예 소설 부분에 당선된 실력을 갖추고도 십수 년 동안 남의 글만 만지는 편집자로 살아온 저자의 첫 책이라니. 직장 상사와 박 터지게 싸우고 직장을 그만둔 후에 시작한 생존으로서의 도스토옙스키 읽기라니. 독서 에세이를 드라마보다 더 좋아하는 나로서는 도저히 피해갈 수 없는 유혹이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꿈꾸고 겪을 만한 '홧김에 퇴사'를 하는 이야기로 시작했다가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의 막내아들 알렉세이를 소환하는 장면부터 뭔가 심상찮기는 했다. 평소에 붙어 다니는 절친한 사이는 아니지만, 다른 사람의 말을 단지 듣기만 하고 자기만의 기준으로 재단하지도 평가하지도 않는 '그녀'를 알렉세이에 비유하는 장면에서 적지 않은 신선함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