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산한 대구 시내 출근길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으로 대구에서 기업들이 직원들에게 재택근무 등을 권하며 27일 오전 9시께 대구시 남구의 한 도로가 한산한 모습을 보인다.
연합뉴스
"재택근무하면 어떠냐고요? 애들 때문에 일을 못 하겠어요."
코로나19 확산으로 지난 24일부터 나흘째 재택근무중인 박아무개(39)씨에게 '요즘 어떠냐'고 물었더니 퉁명스러운 대답이 돌아왔다. 두 아이의 아빠이자 직장인인 그는 회사 지침으로 집에서 업무를 보고 있지만, 앞으로는 카페에라도 가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박씨는 "일을 하려고 하면 아이들이 와서 놀아달라, TV 켜달라, 화장실 가고 싶다 등 이것저것 요구한다"며 "전화라도 한번 하려면 아이들이 옆에서 시끄럽게 하니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그는 "이 외에도 자잘하게 일하는 데 방해되는 요소들이 너무 많다"고 덧붙였다.
물론 힘든 점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박씨는 "왕복 2시간인 출퇴근시간을 아낄 수 있고, 이런 시국에서 아이 아빠로서 (감염병에 대한) 불안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는 좋다"고 말했다. 또 "유치원 휴업 등으로 아이를 맡길 곳도 없는데, 재택근무를 하면 아내와 함께 육아를 분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이들 때문에 일에 집중할 수 없더라"
정부가 지난 23일 감염병 위기경보를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올려 대응체계를 강화하면서, 삼성·SK 등 대기업뿐 아니라 일부 중견·중소기업들에까지 재택근무가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집에서 업무를 보는 사람들이 늘면서 재택근무를 둘러싼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앞서 재택근무 경험이 있는 이아무개(31)씨도 박씨처럼 회사 방침에 따라 요즘 집에서 일하고 있지만 썩 달갑지만은 않다. 집이 한적한 주택가인데다 홀로 쓰는 방이 마련돼 있어 비교적 일하기 좋은 환경이지만, 일에 집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씨는 "대중교통으로 출퇴근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에너지를 많이 아낄 수 있다는 걸 느낀다"면서도 "하지만 집중이 잘 되지 않아 힘들다"고 했다. 이어 그는 "해야 할 일은 산더미인데 침대가 눈에 보이니 자꾸만 눕고 싶어지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상사의 잔소리를 대면하지 않고 들을 수 있다는 것은 장점"이라며 "생리 중이어서 몸상태가 좋지 않았는데 사무실로 출근할 때에 비해 덜 힘들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