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전 대구의 대표 시장인 서문시장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상인들이 대부분을 상점 문을 열지 않거나 늦게 장사를 시작해 활기를 잃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두 달 전 나는 대구 달서구의 시장 초입에 작은 책방을 열었다. 글 쓰는 사람으로서 좋아하는 책을 주민들과 나눠보고 싶어서였다. 2월에 접어들면서 유리창 밖 행인들이 하나둘 마스크를 끼고 지나가기 시작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 환자가 국내 다른 지역에서 나오고 있다는 걸 알았지만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런데 며칠 안 돼 마스크 안 낀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어졌고, 지난 18일 대구에서 처음으로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나왔다. 다음 날부터 확진 사례가 대구에서 가파르게 늘고 있다는 뉴스 보도가 쏟아졌다. 시장을 찾는 사람이 줄면서 책방 손님도 줄었다. 끼니 때면 붐비던 근처 국수 가게에도 발길이 끊겼는지 사장님 혼자 뉴스를 보고 계셨다.
문 닫기 전, 손님이 책방 문을 열고 들어왔다
대구에서 첫 확진자가 나온 지 이틀 뒤인 20일, 나는 책장과 화장실 청소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보건당국에서 소독약을 구하지 못해 급한 대로 세제를 풀어 구석구석 닦고 쓰레기를 비웠다. 곧 커피 원두가 떨어질 테지만 주문을 넣지 않았다. 시장 상인 누구도 말하진 않았지만 한동안 가게 문을 닫아야 할 수도 있음을 예감하고 있었다.
그런데 문을 닫기 전, 손님 한 분이 책방 문을 열고 들어왔다. 손수건과 마스크를 덧대 이중으로 얼굴을 감싼 중년 여성이었다.
"마음의 안정을 찾을 만한 책이 있을까요? 희망을 얻을 만한 책이요."
미국에서 간호사로 일한 경력이 있다는 여성은 절망적인 상황에서 어떻게든 마음의 위로를 찾고 싶다고 했다.
"<다라야의 지하 비밀 도서관>을 읽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