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린 한옥마을기와지붕이 촘촘히 있는 모양새가 마치 전시회장의 설치미술품 같다.
안사을
눈은 고르게 전주의 기와지붕을 덮었다. 하얗고 공평한 풍경이었다. 이곳 한옥마을은 유명세를 띠면서부터 무분별한 상업 공간으로 변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이런 모습을 보면 여전히 고전적인 미를 풍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옛날에는 이 시각 즈음 집집마다 연기나 수증기가 올라왔을 것이다.
시간이 촉박해 서둘러 향교로 향했다. 말 그대로 '틈새여행'이었다. 출근 복장을 갖추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마음이 분주하면서도 활기찼다. 그 와중에도 순간 순간 집중해 고즈넉함과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도록 스스로 노력했다.
일방통행 구조 때문에 차로 향교를 가려면 전주천변길을 타게 된다. 편도 1차로의 길을 천천히 가다보면 간간히 마을이 보인다. 마침 눈이 펑펑 내렸고 어릴 적 살았던 동네의 향수가 물씬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