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범정부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세계적인 변종 바이러스가 출몰할 때, 한국 직장인의 악몽이 사람 가득한 대중교통을 뚫고 매일 출근해야 하는 일이라면, 프리랜서의 악몽은 당장 밥줄이 끊어져 버리는 생계에 대한 위협이다. 지금 같은 때는 하루하루가 IMF고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다.
코로나19로 자영업자의 매출이 격감하자 정부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위한 범정부 대책을 발표했다.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 경영안정자금 200억 원을 편성해 코로나19로 피해 입은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7천만 원 한도 내 대출 기간 5년으로 융자 지원이 이뤄진다.
행정안전부는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업체에 취득세, 지방소득세, 주민세 등 각종 지방세의 신고·납부를 6개월 이내로 연장하고 징수 및 체납처분도 유예(6개월 이내)하고 있다. 이외에도 지역신용보증재단에서 지원하는 특례보증 프로그램과 법인세, 부가가치세 신고·납부기한 연장 등 대출, 보증, 세제 중심으로 자영업자 구제책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자영업자 못지않게 생활에 타격을 입고 있는 프리랜서를 위한 구제책은 요원하다. 사회적 이슈로 계약이 파기된 프리랜서에게 생활을 보전할 수 있는 대출, 지원 제도는 거의 없다. (직장인에 한해) 코로나 의심 환자로 14일 이상 자가격리할 경우 유급휴가와 세대수에 따른 생활지원비를 지급하는 지원책도 있지만, 이는 격리를 할 경우에만 해당된다.
좋은 소식은 문체부에서 30억 원 규모의 긴급생활자금 융자를 예술활동증명이 된 예술인에게 제공한다는 것이다. 자영업자(중소벤처기업부)와 예술인(문화체육관광부), 직장인(고용노동부)에게 지원 대책이 마련되는 것을 보면 결국 정부 부처의 유무로 지원대책의 유무가 판별나는 모습이다.
프리랜서는 (모든 프리랜서가 해당되지 않겠지만) 이런 상황에서 굳이 사람이 가득한 대중교통을 타고 출근할 필요가 없고, 누군가 허락하지 않아도 재택근무를 할 수 있는 '일하는 공간의 자유'라는 유일한 장점을 끌어안고 코로나19 사태를 관망할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확진자가 300명을 돌파할 때쯤부터 나도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평소에는 카페를 선호한다).
다만, 자율적으로 선택해서 집에서 일하는 것과 바이러스 창궐이라는 이유로 스스로를 집에 가두고 일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다른 감각을 가진다.
재난이 와도 밥줄만은 끊기지 않기를
불안한 하루하루를 견디고 있다. 자영업으로 스테이셔너리숍을 운영하며 글 쓰는 프리랜서로 일하는 지인 B는 올 상반기는 그냥 포기했다며 얕은 한숨을 내쉬었다. 예정된 일이 줄줄이 취소되자 프리랜서들은 평소보다 일감 영업에 열을 올린다. 동시에 SNS에는 연일 코로나19로 인해 행사는 취소되고 공간은 휴관한다는 소식이 올라온다.
언제까지 이런 상황이 지속될지 모르겠다. 다음 주를 기점으로 소강상태에 이를 것이라는 예측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예측이다. 노동자 지위에서 별다른 사회 안전망이 없는 프리랜서가 지금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견디는 것뿐이다.
공허하게 들릴 수 있지만, 프리랜서들이 모두 잘 견뎌주기를 바란다. 힘들어도 잘 자고 잘 먹어서 몸의 면역력을 기르고, '이 또한 지나가리라' 하고 스스로 마음을 다독이며 마음 근육을 기르고, 온라인으로 생존 확인을 하며 힘든 시기를 잘 보낼 연대의 온기를 느끼기를 바란다.
그리고 언젠가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줄줄이 밥줄이 끊기는 프리랜서에게 생활비라도 대출해주는 지원책이 나와주면 좋겠다. 회사원과 자영업의 중간에서 사용자이자 동시에 노동자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하며 성실히 소득세를 납부하는 프리랜서에게 그 정도 지원은 해줄 수 있는 것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