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한마당잔치에서 질문을 하고 있는 팍스 크리스티의 테레사 알레산드로. "영국의 평화 운동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밝은누리
"영국은 제국주의의 경험을 가진 나라이고, 지금까지도 식민주의 상태에 신음하는 나라들이 있습니다. 이미 안정적인 상태에서 하는 평화운동과 삶의 터전이 파괴되어 원통함을 품고 사는 곳에서 하는 평화운동은 큰 차이가 있습니다.
우리에게 있어서 평화운동은 전쟁이 없는 사회에서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와 관련됩니다. 이와 관련된 대안을 만드는 운동이 우리에게는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지금의 문명 속에서 전쟁이나 핵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이 문명 자체가 폭력을 양산할 수밖에 없다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구체적인 대안 문명을 만드는 마을 운동을 함께하는 이유입니다.
반전과 반핵이라는 것이 국가적인 결정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것과 아울러서 폭력 없는 삶의 양식, 지배 없는 삶의 양식을 지극히 일상적인 부분에서 새로운 삶의 문화로 만들어내는 운동들에 더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연대해야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것이 우리가 생태적인 마을공동체 운동과 평화운동을 같은 맥락에서 운동 의제로 설정해가고 있는 이유입니다.
이 세계 문명을 선도해갔던 영국이 근본적으로 영국이 잃어버렸던 삶의 가치를 회복하는 새로운 문명 운동과 평화운동을 함께 가져가면 더 아름답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영국에 오면서 제국주의에 대해서 많이 생각했다. 영국인들은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CCND 러셀 와이팅(Russell Whiting) 간사의 대답은 이러했다.
"'대영제국'이라는 표현은 우리에겐 부끄러운 역사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영국인들은 제국의 역사를 자랑스러워합니다. 영국은 지금도 여러 전쟁에 참여하고 있고, 만약 미국이 조선을 침공한다면 아마 영국도 참여할 것입니다. 철호 님 말씀처럼 새로운 문명을 창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러시아와 미국의 대립 사이에서 영국은 더 나은 세상를 만드는 데 이바지할 기회가 있습니다. 적이 아니라 친구로서, 지난 세계에 저지른 공포와 수치를 뒤로하고 새로운 21세기로 나아갈 수 있는 기회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와이팅 간사의 대답은 진솔했고 격려가 되었지만, 그처럼 생각하는 영국인이 많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남북간 갈등뿐 아니라 남남 갈등도 심각하다고 알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이 질문을 하신 앤드류 님은 세월호 목걸이를 차고 계셨다. 이에 철호 님이 대답했다.
"앞으로 2, 3년 내에 한국 사회는 더 극심한 냉전 대립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분단체제 하에 늘 있어 온 갈등이 아니라 분단체제를 마감하는 것이며, 새로운 세상을 여는 통일과 연관된 갈등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새벽을 앞둔 마지막 어둠 같은 것이죠. 그 바람을 타고 우리가 만났습니다."
좌담회를 마친 후 길벗들과 참석자들은 영국
웨스트민스터궁 앞뜰로 이동했다. 순례단은 가는 곳마다 역사적 아픔이 서려 있는 곳에서 함께
평화를 구하는 기도를 담은 노래를 부른다. 비가 그치지 않고 날이 추웠지만 자리를 뜨는 사람은 없었고, 지나던 이들도 서서 함께 노래를 불렀다. 마음이 따뜻하게 차올랐다.
1월 30일, 순례단은 중립국인 스위스 제네바에서 두 번째 한마당잔치를 열었다. 한반도 평화 문제에 관심을 갖고 남과 북 양측과 꾸준히 연대하며 평화운동을 이어 온
세계교회협의회(WCC)가 행사를 공동주최했다. 또 핵무기를 불법화하는 국제 조약을 유엔에서 통과시켜 2017년 노벨 평화상을 받은
핵무기폐기국제운동(ICAN), 1891년부터 지금까지 반전, 반핵, 군축을 위한 국제 연대 활동을 활발히 펼치며 11명의 노벨 평화상 수상자를 배출한
국제평화국(IPB) 등이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