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
이희훈
인터뷰를 시작하기 전, 기자가 악수를 청하자 박 시장은 살짝 웃으며 '팔꿈치 인사'를 제안했다.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 악수를 하지 말도록 권한 세계보건기구(WHO)의 조언에 따라 박 시장은 요즘 악수 대신 팔꿈치 인사를 나눈다.
- 사상 첫 3선 서울시장이다. 초선과 3선, 어떤 것이 변함없고, 어떤 것이 달라졌나.
"만물은 유전하고, 사람은 누구나 변한다. 사람은 경험과 역사의 축적 위에 살아가는 존재다. 1000만이 사는 글로벌 도시를 운영하면서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다. 또, 그 기반 위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도시행정을 더 많이 이해하게 됐고,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게 됐다.
동시에 제 정책과 행동을 규정하는 기본 철학과 원칙, 비전은 변할 수 없는 것이다. 서울은 '사람특별시'라는 기초 위에 서 있다. 내가 처음 서울시장에 취임할 당시 4조 원이었던 사회복지 예산이 지금은 12조5000억 원으로 3배가 넘는다. 그만큼 사람에 대한 투자를 강화했다.
사람을 바탕으로 한 정책의 두 가지 핵심은 혁신과 협치다. 영국 <가디언>이 세계 5대 시장으로, 일본 NHK가 '인상파 시장' 4명 가운데 한 명으로 저를 뽑았다. 영국 잡지 <모노클>이 선정한 베스트11에서는 제가 미드필더로 올랐다.
그런 것들이 (서울의) 혁신 시정을 평가한 것이라고 본다. 물론, 이런 변화와 발전이 혼자 힘으로 된 것은 아니다. 감히 말씀드리지만, (서울은) 글로벌 도시로서 성취를 이뤘다."
- 행정가이자 정치인인 박원순의 '코어밸류(core value)'는 무엇인가.
"제가 처음 시장이 될 때 많은 사람들이 여러가지 제안들을 했지만, 저는 '서울시장 자리는 시장이 아니라 시민의 꿈을 실현하는 자리다, 시민들의 목소리 하나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는 마인드로 임했다.
감히 말씀드리건대, (서울시민의 입장에서 본다면) '내 삶을 바꾸는 변화'를 가져왔다. 서울시장 재선 때 경쟁했던 정몽준씨는 '잠자는 서울을 깨우겠다'고 했다. 뭔가 새로운 사업을 벌이자는 얘기였지만, 우리가 빅데이터 돌려보니 시민들에게서는 '힐링', '도서관', '카페' 같은 단어들이 나오더라.
이른바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라는 큰 시대적 흐름을 그 분은 알아채지 못한 거다. 시민들은 '이제 잠 좀 자자'고 하는데, 잠을 깨워서 큰 토목공사를 하자고 한 셈이다. 그런 걸 요청하는 시대는 지났다. 시대 변화를 제대로 통찰하는 힘이 지도자에겐 무척 중요하다.
과거를 돌아보고, 주변을 둘러보고, 미래를 내다보는 힘이 있으면, 우리 시대가 어디로 흘러갈지 알 수 있다. 그런 가치와 통찰력으로 지금까지 서울을 이끌어왔다."
박 시장은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이명박 대통령처럼 큰 거 한 방 해서 다음 자리로 가는 기반으로 삼으라고 하지만, 나는 기존과는 다른 문법을 써왔다"고 말한다. 서울을 새로 디자인하는 '소셜 디자이너' 박원순만의 방식으로 서울시민들 삶의 질을 바꾸는 행로를 걸어왔다는 것이다.
'어려운 박원순'에서 '쉬운 박원순'으로?... "뼈 아프게 받아들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