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열 수사님은 떼제 공동체에 젊은이들이 끊이지 않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자신들은 그저 살아갈 뿐이라며, 그렇게 살아가는 방식이 청년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것이라고 답해주셨다.
밝은누리
오전에는 신한열 수사님과 대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수사님은 20대 때 떼제 공동체를 방문했다가 수사까지 되셨습니다. 처음엔 3개월 정도 머물렀다가 방글라데시 등으로 봉사하러 떠날 생각이었는데, 32년을 살았답니다.
수사님은 90년대부터 23년 동안 떼제를 통해 조선을 돕고 계십니다. 요즘은 조선의 의사들을 파리에 초청해서 의료실습을 하도록 지원을 한다고 합니다. 처음엔 식량과 의약품을 지원을 했었는데, 북쪽 요청에 따라 그렇게 하고 있답니다. 신한열 수사님은 간혹 조선을 방문하시더라도 주일 교회에서 예배하는 것 말고는 어떠한 요구도 하지 않으십니다. 그렇게 쌓아온 신뢰 덕에 조선과의 교류를 이어올 수 있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유럽에선 젊은이들이 교회를 떠나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매년 수많은 청년들이 떼제 공동체를 방문해 함께 예배하고 기도합니다. 떼제의 수사님들은 청년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질문을 받을 때도 있지만 답을 안 할 때도 있답니다. 청년들에게 이미 답이 있는데 오히려 가르치려 하는 게 문제라고 하십니다. 젊은이들 눈에는 다 보이는데, 어른들이 못 사는 것일 뿐. 오히려 청년들을 믿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십니다. 떼제에서는 청년들이 자원봉사를 많이 하고, 그 힘으로 운영됩니다. 아무에게나 맡기기 어려운 중요한 일들도 청년들을 믿고 맡깁니다.
떼제를 방문하면 기본 한 주 동안 생활합니다. 한 주 더 있고 싶으면 상담을 통해 결정해서 침묵수련을 하기도 하고, 다음 주에 온 방문자들을 돕기도 합니다. 더 길게 있고 싶을 땐 다시 소통을 해서 결정합니다. 주로 30세 이하의 청년들을 맞이하지만, 한 해 동안 일정 기간을 정해서 가족 단위 방문자들이 참여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젊은이와 가난한 사람들을 우선으로 맞이합니다.
오후 새참시간엔 세계 각국에서 모인 청년들에게 생명평화 고운울림 기도순례를 소개했습니다. 함께 순례 노래를 부르고 우리 소개를 하니 체코에서 온 청년들이 체코 민속노래로 화답했습니다. 무슨 말인지 알아듣진 못했지만 신나는 노래 덕분에 한껏 흥이 났습니다.
흥겨운 노래 선물에 답이라도 하듯 사물놀이가 이어졌습니다. 영국에서 막 떼제 공동체에 도착한 1모둠 길벗들이 짐을 풀자마자 달려온 것입니다. 사물놀이를 처음 보는 청년들도 어깨를 들썩이며 빠져들었습니다. 북과 꽹과리, 징과 장구가 한몸되어 어우러지듯 다양한 나라에서 온 청년들이 하나되는 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