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환점트레일의 반환지점이다. 이곳에서 돌아가는 길이 막혔다.
이만섭
자, 이제 올라가야 한다. 지금부터가 진짜 등산이다. 내려오면서 체력소모가 많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오르막은 숨이 찰 수밖에 없다. 스위치백을 돌아 돌아 눈발이 앞을 가리는 길을 뚫고 몇 구비 돌다 보니 숨이 턱밑까지 차올라 잠시 멈추고 긴 숨을 몰아쉰다. '아무리 눈이 있다고 해도 일 마일도 되지 않는 거리를 이렇게 힘들어하다니 그동안 산을 너무 멀리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잠깐 들다가 이내 더 짙어지는 하늘을 보며 발걸음을 재촉해본다.
올라온 길을 뒤돌아 바라보니 내려갈 때와는 감흥이 다르다. 사람이 무엇인가를 경험하기에 앞서서 미지의 대상에 대해 느끼는 복잡 미묘한 감정과 경험한 후에 드는 생각에는 많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가 보다.
트레일을 마치고 다음 포인트로 이동하려 했지만, 폭설 때문에 다른 곳은 이미 문을 닫았다. 그래서 올라 올 때 들리지 못한 선라이즈 포인트를 들러보기로 했다. 사람 일이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가 보다. 누군가가 잘못해서 일어난 일이 아니니 누구를 원망할 수도 없다. 선라이즈 포인트는 잠시 들러 주변 전망을 살피는 것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