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피치 미술관 내부전시실만 99개에 달하는 세계적인 미술관으로, 르네상스 회화 작품들이 주로 전시되어 있다. 우피치란 관공서라는 의미로, 미술관으로 사용되기 이전에는 공공기관으로 쓰였다.
서부원
그에 반해 우리나라 관광객들에게 '피렌체의 심장'이라는 우피치 미술관은 두오모에 견줘 상대적으로 홀대 받는 듯하다. 르네상스 시대의 작품들이 총망라되어 있는 세계적인 규모의 미술관인데, 대개 주마간산 격으로 훑고 지나간다. 단체 관광객의 경우엔, 머무는 시간이 한 시간 남짓에 불과하고, 일정이 바쁜 경우라면 두오모만 올랐다 가기도 한다.
우피치 미술관은 전시실 숫자만 99개라서 동선을 따라 걷는 데만도 적잖은 시간이 걸린다. 'ㄷ'자 형태의 장방형 3층 건물로, 복도 한 면의 길이만 100m가 훌쩍 넘는다. 그 중 두 개 층이 전시실로 꾸며져 있는데, 작품들을 나름 꼼꼼히 감상하려면 하루 이틀로는 어림도 없다.
단체 관광객들은 보티첼리와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와 카라바조의 작품 앞에서 가이드의 짤막한 설명만 듣고 미술관을 나선다. 대개 중고등학교 미술과 세계사 교과서 등에 실린 것들이다. 유명 작품이 있는 전시실마다 단체 관광객의 '밀물'과 '썰물'이 종일 반복된다.
사실, 서양 관광객들에게는 두오모보다 우피치 미술관이 더 인기다. 건축학적 가치를 모를 리야 없겠지만, 우리나라와 일본 관광객들과는 달리 그들에게 두오모가 후순위라는 이야기다. 슬쩍 엿본 그들의 여행안내책자에는 우피치 미술관이 맨 앞에 소개되어 있었다. 물론, 우리 것엔 단연 두오모가 먼저다.
피렌체가 정녕 르네상스의 발원지라면, 두오모보다 우피치 미술관에 방점이 찍혀야 맞을 성싶다. 가문 소유의 미술품을 기꺼이 공공의 자산으로 기증한 메디치 가문의 노블리스 오블리주의 실천 사례로서 기억할 만한 곳이니 더욱 그렇다. 여행의 목적이 단순히 '보는 것'이 아니라 '느끼고 깨닫는' 것이라면 말이다.
시중의 여행안내책자와 해당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두오모가 아닌 우피치 미술관을 중요하게 다뤘다면 달라졌을까. 적어도 턱없이 비싼 입장료에 관광객들 중 상당수는 오를까 말까를 고민했을 성싶다. 참고로, 우피치 미술관 입장료는 12유로이고, 게다가 18세 이하는 무료다.
노파심에서 한 마디 얹는다면, 두오모의 가치와 상징성을 무시하는 건 아니다. 다만, 피렌체 하면 두오모를 떠올리고, 두오모에 오르기 위해 피렌체를 찾는, 획일화된 여행에 대해 지적하려는 것이다. 유명 관광지만 좇는 여행이라면, 이제 좀 달라져야 할 때도 되지 않았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