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23일 대구MBC는 1987년 미얀마 상공에서 실종된 'KAL 858기'로 추정되는 동체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이날 보도된 'KAL 858기'로 추정되는 동체 모습.
MBC
가족의 갑작스러운 죽음.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를 두고 남아 있는 이들 사이에 갈등이 있다. 아버지는 그가 가족들 곁에 있기를 바랐을 것이라며 집 앞에 무덤을 만든다. 하지만 죽은 이가 남긴 일기장에는 반대되는 이야기가 적혀 있다. 결국 또 다른 가족 구성원은 그의 바람을 존중하기로 한다. 그리고 집 앞 무덤에서 화장된 유골을 파내어 한때 그가 머물렀던 해외 어느 곳으로 찾아간다. 한 줌의 재는 그렇게 다시 뿌려진다. 덴마크 드라마 <주님의 길들(Herrens Veje)>에 나오는 대목이다.
이 장면은 죽음에 대한 해석이 누군가에 의해 독점될 수 있는지, 그리고 죽은 이의 목소리는 어떻게 대변될 수 있는지에 대해 중요한 물음을 던지고 있다. 그런데 어떤 경우 이 드라마가 부럽게(?) 느껴질 수 있다. 적어도 드라마에서는 죽음이 '확정'되었고 유해가 있다. 그런데 이른바 실종사건들은 어떨까. 죽었다는 것이 확실하게 확인되지 않은 사건들. 말만 무성할 뿐 유해가 발견되지 않은 사건들. (북쪽의 테러라고 알려진) 1987년 대한항공(KAL) 858기 사건이 대표적인 사례 가운데 하나가 아닐까.
2020년 1월, 그 과정에 논란이 있긴 했지만 대구 문화방송(MBC)이 KAL 858기의 동체로 추정되는 물체들을 발견했다. 방송사가 미얀마 안다만해역 수심 50m 지점에 있는 물체들을 수중 카메라로 촬영해온 것이다. 사건 직후부터 수많은 '진상규명' 노력이 있었는데, 이번 일은 가장 극적인 순간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어떤 분들은 의아해할 수도 있다. '아니, 이미 끝난 사건인데 왜 또 시끄럽게 만드는가?' '노무현 정부 때 재조사를 하고, 그래서 수사 결과가 맞다고 결론 나지 않았는가?'
첫째, 이 사건은 '기본'이 안 돼 있기 때문에 계속 논란이 될 수밖에 없다. 기본 가운데 가장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수색이 그렇다.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열람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당시 전두환 정부는 수색 시작 닷새 만에 철수 계획을 세우고, (아무것도 발견하지 않은 상태에서) 열흘 만에 수색단을 철수시켰다. 공교롭게도 그 뒤에 구명보트와 기체 잔해로 보이는 물체가 나왔는데, 잔해라고 주장되었던 물체는 감정 결과 폭파 흔적이 없다고 나오자 폐기된다.
둘째, 그렇게 기본을 무시했던 정부의 잘못을 바로잡고자 2005년 '국정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국정원 발전위원회)'가 재조사를 시도했다. 위원회는 안다만해역에서 수색을 하여 동체로 추정되는 물체를 발견했다고 했지만, 그것은 바위와 산호로 밝혀졌다. 더군다나 수색 관련해 실종자 가족들의 참여를 약속했지만 이를 어기고 진행한 상태에서 나온 결과였다.
그리고 또 다른 기본이라 할 수 있는 (폭파범이라고 알려진) 김현희 조사도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면서도 국정원 발전위원회는 "사건의 실체와 관련해 더 이상의 불필요한 논란이 지속되지 않도록 근거 없는 의혹 제기"가 중단되어야 한다고 했다(조사보고서, 560쪽).
기본을 지키지 않았던 역대 정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