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주사 발형 다층석탑대웅전 뒤편에 있으며 1층부터 4층까지의 형태가 주판알 같은 모습이다. 1918년 제작된 <조선고적도보>에는 현재의 모습과 달리 7층으로 되어 있다. 독특한 형태의 석탑이지만 눈에 거슬리지 않고 기발한 조영기법을 보이는 석탑으로 운주사에서만 볼 수 있다.
이종헌
경자년(2020) 음력 정월 초사흘(양력 1월 27일), 운주사 골짜기가 훤히 내려다뵈는 불사 바위 위에 앉아서 대웅전도 없고 일주문도 없던 시절의 운주사 옛 모습을 상상해 봤다.
운주사는 전남 화순군 도암면 용강리에 있는 사찰로 대한불교조계종 제21교구 본사인 송광사의 말사다. 운주사의 창건과 관련해서는 신라 때 도선국사 창건설, 나말여초에 능주 지방 호족 세력 창건설, 민중 건립설, 이민족 건립설, 혜명 도중(徒衆)설, 장보고 추모세력설 등 다양한 설이 있다. 하지만 누가, 언제, 어떤 목적으로 그 많은 탑과 불상을 세웠는지, 1000여 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비밀은 풀리지 않고 있다.
운주사 입구에 서면 가장 먼저 '파격'(破格)이라는 단어가 머릿속에 떠오른다. 웅장한 산세도 없고 장엄한 물소리도 없는 그저 평범한 골짜기에 터를 잡았다. 오래된 사찰이면서면서도 절 입구에는 부도며 탑비 같은 유적들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대웅전, 일주문 등 모든 건물은 비교적 최근에 지어진 것들이고 1000년의 역사를 입증할 수 있는 것들은 오직 골짜기와 주변 능선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는 석탑과 석불뿐이다.
석탑은 전통적인 양식에서 크게 벗어나 있고 예술적인 완성도도 높지 않다. 대다수 사찰은 대웅전 앞뜰에 한두 기의 석탑이 있는 것이 고작인데, 운주사는 모두 21기의 석탑이 곳곳에 흩어져 있다. 석불들은 또 어떤가? 골짜기 이곳저곳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90여 구의 석불들은 그 엉성한 솜씨며, 여기저기 깨지고 부서진 모습들이 차마 부처님이라고 부르기가 민망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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