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 초반의 달이
박은지
누굴 키운다는 건 이런 거였지
나도 고양이를 키워볼까, 생각할 때 고양이에게 약 먹이는 방법까지 찾아보는 사람은 드물다. 귀엽고 건강하게만 자라면 좋겠지만 한 생명을 키운다는 것은 변수의 연속이다. 사람도 종종 감기에 걸리듯 고양이도 때때로 예상치 못한 질병을 앓는다. 쉽게 낫는 경우도 있지만, 오랜 치료 기간과 비싼 병원비를 동반하기도 한다. 큰 병이 아니더라도 매일매일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나의 첫 번째 고양이 제이는 반년 동안 암 치료를 하느라 매주 병원을 오갔다. 주말에 다른 약속을 잡을 수도 없었고, 한 달 월급이 고스란히 병원비로 들어갔다. 반려동물을 그냥 나의 외로움을 달래주는 귀여운 장난감 정도로 여긴다면 절대 이 과정을 버텨낼 수 없다. '고양이는 개에 비해 키우기 쉽다던데'라는 마음으로 키우는 것도 권하고 싶지 않다. 개든 고양이든 결국은 사람의 정신적 에너지, 수시로 생기는 잦은 일거리, 경제적 능력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종종 동물병원에 가면 그곳에 상주하고 있는 개나 고양이가 있는데, 치료를 포기한 보호자가 버리고 가서 어쩔 수 없이 머물게 된 경우도 많다고 한다. 한 번은 큰 병이 아닌데도 보호자가 그냥 '안락사 해달라'고 요청했는데, 차마 그럴 수 없어 자신이 키우게 됐다는 수의사 선생님을 본 적도 있다. 그 고양이에게도 얼마나 큰 상처를 남기는 일이었을까.
살아 있는 존재는 필연적으로 병들거나 혹은 늙는다. 생명을 키워내는 것은 행복한 시간뿐 아니라 불편하고 힘든 시간까지를 감당하는 일이다. 반려동물과 살아가는 데에는 아픈 가족을 돌보듯 늘 상태를 살피며 간호하는 시간이 포함된다. 나는 이제 막 입양해온 달이를 너무 사랑해서가 아니라, 달이가 이제 내 가족이 됐기 때문에 묵묵한 마음으로 약을 먹이고 침을 닦아주었다. 달이는 약을 먹기 싫어서 도망가다가도 막상 먹고 나면 예쁜 파란 눈을 끔벅거리며 철퍼덕 누워 버리곤 했다.
다행히 유산균을 꾸준히 먹이고 우리 집에 적응해가면서 달이의 설사는 시간이 지나자 해결되었다. 병원에서 검사를 해 봤는데도 큰 문제가 없다고 한 걸로 보아 사료가 바뀌어서, 환경이 달라져서, 원래 면역력이 약해서, 스트레스를 받아서… 나름대로의 복합적인 이유가 있었으리라 짐작해볼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