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신조 일본 총리.
연합뉴스/EPA
아베 정권(2006~2007년, 2012년~ )이 출범하기 전에도 고노담화를 부정하기 위한 노력은 있었다. 하지만 아베 정권은 아주 노골적으로 부정한다는 점뿐 아니라 또 다른 점에서도 이전 정권들과 차별성을 보이고 있다. 그것은 미국과의 마찰까지 불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베 내각의 경제보복으로 한일관계가 악화되던 지난 2019년 8월 22일과 23일, <아사히신문>의 시사·교양 사이트인 '론자(論座)'에 전 뉴욕주립대 교수이자 평론가 겸 사회운동가인 무토 이치요(武藤一羊, 1931년 생)가 이틀 연속 글을 기고했다. '어째서 아베 정권은 대한 강경조치로 독주하는가?'(なぜ安倍政権は対韓強硬措置に独走するのか)라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무토 이치요는 아베 정권의 대미관계에서 나타나는 미세한 변화를 언급했다.
무토는 "많은 경우, 일본의 아시아 정책은 대미정책의 일부였다"고 말하면서 역대 일본 정부의 한일관계 역시 미일관계의 관점에서 운영돼 왔다고 설명한 뒤, 이런 양상이 아베 정권 들어 점점 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의 말은 이렇다.
"그러나 지금은 좀 다르다. 아베 정권은 미국한테 관동군이 된 것일까. 미국의 전략이나 의사와 무관하게 자기 책임으로 이웃나라에 보복이라는 중대 조치를 단행하고 있다."
제2차 대전 당시 만주에 주둔하며 미국에 맞섰던 관동군처럼 아베 신조도 미국의 뜻에 점점 반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한일관계를 악화시켜 결과적으로 한미일 삼각동맹을 위태롭게 만든 지난 2019년 7월 경제보복도 그런 태도를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베 정권의 경제보복에 맞서 한국이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을 종결시킬 듯이 하는데도 아베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지소미아는 일본의 군사 이익에도 기여하지만 무엇보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부합한다. 그런 것을 한국이 파기하려고 하는데도 아베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결국 지난 2019년 11월 22일, 뜻을 굽힌 쪽은 한국 정부였다. 한국이 지소미아 파기를 조건부 철회하는 선에서 문제가 일단락됐다.
무토가 말하는 "지금은 좀 다르다"는 것은 그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예전 같으면 미국의 이익이 침해되지 않도록 먼저 발벗고 나섰을 일본이 지소미아 파동 때는 끝끝내 움직이지 않았다. 아베 신조가 도널드 트럼프의 딸인 이방카의 생일까지 챙겨주며 극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실상은 친미파가 아닐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징표라고 할 수 있다.
아베 정권이 한미일 삼각동맹을 위태롭게 하면서까지 경제보복을 가한 것은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 때문이었다. 설령 미일관계에 악영향을 주는 한이 있더라도 징용의 불법성만큼은 인정하지 않겠다는 아베 정권의 굳은 의지를 과시하는 일이었다.
이 같은 아베 정권의 태도가 강제징용뿐 아니라 '위안부' 문제에서도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 주목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 문제와 관련해서도 아베 정권이 미국과 입장을 달리할 가능성은 이미 예전부터 엿보였기 때문이다.
2007년에 미국 하원은 '위안부'가 강제연행되고 성노예로 착취됐음을 인정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예전 같으면 미국 하원에서 이런 결의가 나오면 일본 정부가 알아서 같은 입장을 취했을 것이다.
그런데 아베 신조는 고노담화와 미국 하원 결의안에서 인정된 강제연행 및 성노예 부분을 지속적으로 부정하고 있다. 물론 미국의 눈치를 보느라 고노담화를 공식 파기하지는 못하고 있지만, 변죽을 울리는 방식으로 고노담화와 하원 결의안을 끊임없이 조롱하고 있다. 이는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서도 일본이 미국의 입장에 반하는 태도를 취할 가능성이 있다는 증표라고 해석할 수 있다.
2020년과 2021년이 중요한 까닭
아베 신조의 임기는 내년에 끝난다. 임기가 연장될 가능성도 없지 않지만, 가급적 그 전에 평화헌법 개정과 군사대국화 등을 이루고자 하는 게 아베의 꿈이다. 일정 등을 감안할 때 쉽지 않은 일이지만, 올 7월 개막하는 도쿄 올림픽의 성패 여하에 따라 작업에 속도가 붙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아베의 입장에서 볼 때, 대일본제국의 영광에 금을 가게 하는 일은 묵과하긴 힘들다. 자신의 길을 방해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일본제국의 정당화가 아베 정권의 핵심적 가치"라고 무토는 위 기고문에서 강조했다. 이 같은 정당화를 위해 아베는 '위안부는 일본군을 위해 자발적으로 복무한 신민(臣民)들이며 이들이 강제연행되거나 성노예로 착취당한 사실은 없다'는 선전전을 더욱 더 가열차게 전개할 가능성이 있다.
시간에 쫓기는 아베 정권이 더욱 더 박차를 가할 게 분명하기 때문에, 한국으로서도 그에 상응하는 노력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아베 정권도 어차피 인정하는 '일본군 개입' 부분을 추가로 입증하는 데 에너지를 투입할 게 아니라, 미국 하원도 인정하는 '강제연행' 및 '성노예' 부분을 더욱 더 부각시킴으로써 아베 정권의 약점을 도드라지게 하는 접근법 등을 고려해야 한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새로운 쟁점을 부각시키기보다는 기존 쟁점을 확실히 하는 것이, 갈 길 바쁜 아베를 더 곤란케 할 방법일 수도 있다.
'위안부' 피해자들이 계속해서 우리 곁을 떠나고 있다. 몇 달마다 부고가 들려오고 있다. 피해자 할머니들이 살아계실 때 가급적 문제를 마무리해야 하는 한국으로서는 2020년과 2021년이 더욱 긴박할 수밖에 없게 됐다. 긴박하기는 아베도 마찬가지다. 그 역시 '위안부'들의 강제노동을 '일본제국 신민들의 합법 활동'으로 둔갑시키려면 2020년과 2021년이 더욱더 분주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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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ongsung.com.시사와역사 출판사(sisahistory.com)대표,제15회 임종국상.유튜브 시사와역사 채널.저서:친일파의 재산,대논쟁 한국사,반일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조선상고사,나는 세종이다,역사추리 조선사,당쟁의 한국사,왜 미국은 북한을 이기지못하나,발해고(4권본),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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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부정하는 아베, 그 허를 찌르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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