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도 있다이름 골짜기라고 해서 이름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하고싶은 말을 써놓거나 그려놓은 것들도 보인다,
이만섭
그러나 그 뒤에도 여기에 이름을 남기는 사람들의 심리는 무엇일까? 한두 사람도 아니고 무려 1200에이커나 되는 넓은 곳을 빼곡하게 채워나간 그 이름들은 도대체 무엇을 의미할까?
간간히 이름 옆에 그들의 정체를 드러낼 단서가 있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달랑 이름만 있고, 그 이름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줄을 긋거나 모양을 만들어 놓은 것들이 대부분이다. 돌을 하나하나 올려서 쓰는 글씨이다 보니 설명을 못하기도 할 테고, 처음부터 그럴 필요가 없었을 수도 있다.
이런저런 추론을 하다 보면 희미하게나마 결론에 도달할 수도 있다. 그들은 굳이 거기에 쓴 이름이 사람들에게 읽히거나 불리기를 바라고 쓰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래서 자기들만 알아볼 수 있는 방식으로 이름을 새겨 넣었을 것이다. 누군가 다른 이들이 와서 읽지 않아도 그 이름이 거기에 있어야 하는 까닭은 바로 이름을 새긴 사람과 그 이름의 주인공의 관계에 있을 것이고, 그 관계는 상당히 친밀한 관계였을 것이라는 것도 짐작이 가능하다. 이를테면 자녀 관계, 형제나 자매, 연인, 친구, 그것도 아니면 은밀하게 짝사랑하던 연인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불러도 대답없는 이름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