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덕여왕이 창건한 국보 제30호로 지정된 경주 분황사 모전석탑 모습
한정환
당 태종이 보낸 모란꽃 그림과 씨앗
신라 최초의 여왕의 자리에 오른 선덕여왕. 여왕으로 즉위(632년)해 16년 동안 나라와 백성들을 다스린 한반도 최초의 여왕이다. 선덕여왕은 재임하는 동안 예지력이 뛰어난 여왕으로 후세에 전해진다. <삼국유사> 기이편에는 선덕여왕이 미리 안 세 가지 일이 기록돼 있다. 그중 하나가 분황사와 관련한 모란꽃 이야기이다.
당 태종이 선덕여왕 앞으로 붉은색, 자주색, 흰색의 세 가지 색으로 그린 모란과 그 꽃씨 석 되를 보내왔다. 선덕여왕은 당 태종이 보낸 그림의 꽃을 보고 신하들에게 말하기를 "이 꽃은 정녕코 향기가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여왕의 말이 무슨 뜻을 내포하는지 모르는 신하들이 의아해하며 여왕을 바라본다. 그러자 여왕은 신하들에게 함께 보내온 꽃씨를 바로 앞 뜰에 심도록 한다. 꽃씨를 심은 후 신하들이 그 꽃이 피고 지는 동안 여러 번 꽃의 냄새를 맡아보니 꽃에 향기가 없다. 과연 여왕이 처음 했던 그 말과 같았다.
당시 여러 신하들이 여왕에게 "어떻게 그렇게 될 줄 아셨습니까?"라고 하니 왕이 말하기를 "꽃을 그렸는데도 나비가 없었으므로 그 꽃이 향기가 없었음을 알았다, 이는 당 황제가 나의 배우자가 없음을 빗댄 것이다"라고 했다. 이에 여러 신하들은 여왕의 깊은 뜻과 예지력을 알고 모두 뛰어난 지혜에 감복했다고 전해진다.
<삼국사기>보다 136년 뒤에 쓰인 게 <삼국유사>다. 일연은 <삼국유사>에서 모란꽃 설화를 새로 썼다. 내용은 같으나 <삼국유사>는 선덕여왕이 왕위에 올랐을 때로 시기가 바뀌어 있었다.
신라불교를 진흥시키고, 불력으로 외침을 막으려고 했던 선덕여왕이다. 선덕여왕은 분황사를 향기로울 분(芬)에, 임금 황(皇)을 넣어 향기가 나는 임금의 절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향기로운 여왕 선덕여왕의 숨결이 느껴지는 분황사. 해마다 분황사 앞에는 유채꽃, 메밀꽃 등 계절별로 아름다운 꽃을 심어 선덕여왕의 영혼을 달래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