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사마에게>에서 전쟁의 참상을 기록한 세 가족. 왼쪽부터 함자 알-카팁, 사마 알-카팁, 와드 알-카팁.
(주)엣나인필름
영화 <사마에게>는 시리아 내전이 일어나기 전부터 알레포(Aleppo)에서 살던 사람들이 민주화를 요구하다가 빼앗겨버린 일상을 따라가는 기록 다큐멘터리다. 주인공이자 감독이며 민주화운동에 참여한 학생이었다가 사마의 엄마가 된 '와드'는 독재정권에 대항하는 시민들이 결국 살던 곳을 떠날 수밖에 없던 과정을 직접 카메라에 담았다. 기록을 위해 카메라를 들었던 와드는 태어나서 본 게 전쟁밖에 없는 자신의 딸 사마에게 용서를 구한다.
와드의 동지였다가 남편, 사마의 아빠가 된 '함자'와 그의 친구들은 병원을 만들었다. 그곳을 중심으로 한 처참한 일상이 화면에 펼쳐진다. 영화 초반부터 쿵쾅대는 폭격소리에 움찔대다가 그 소리에 아주 조금 익숙해질 즈음 등장하는 사상자들의 모습은 탄식과 신음으로 입을 틀어막게 한다.
집으로 떨어진 폭탄 때문에 만신창이가 된 동생을 안고 뛰어온 형의 먼지 뒤덮인 얼굴 위로 눈물이 흐르고, 아이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부모가 통곡할 때 주변은 훌쩍이는 소리로 가득하다. 부상을 입어 위험한 상태에 처한 임신부에게서 제왕절개로 태어난 아기가 숨을 쉬지 않을 때는 나도 따라 숨이 막혔다. 병원마저도 폭격을 당해 카메라가 꺼져버렸을 때는 더 이상 한숨조차 쉴 수가 없었다. 처절하고 끔찍해 차라리 눈을 감아버리고 싶었을 순간에도 끝까지 카메라를 들고 있는 와드 덕분에 <사마에게>는 4D 같은 체험 영화가 돼 버렸다.
사마가 포대기에 쌓여 싱긋 배냇짓을 하고 까꿍 놀이에 까르르 웃을 때마다 나는 더 불안해졌다. 혹시 영화 말미에 '세상을 떠난 사마에게 바치는 영상편지' 같은 문구가 나오진 않을까 초조해서 같이 웃을 수가 없었다(<사마에게> 연관 검색어로 '결말'이 뜨는 이유도 비슷하지 않을까 추측해 본다).
그만큼 많은 어린이들이 다치고 죽는다. 모든 전쟁에서 그렇듯이. 폭격이 시작되면 지하로 피해야 하고 밀려드는 부상자를 치료하는 것도 바쁘지만, 알레포 사람들은 이웃과 둘러앉아 밥을 먹고, 농담을 나누며 웃고, 어렵게 구해온 과일 하나에 행복해 하고,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다.
아이들은 무너진 건물 사이에서 뛰논다. 모든 것이 무너지는 그곳에서 마음만은 무너지지 않으려 애쓰며 일상을 지켜내려는 노력 그 자체가 독재정권에 대한 투쟁이었다.
아이들이 말하는 '확산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