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대한민국 임시정부 여행 가이드북 <임정로드 4000km>
김경준
그러나 회사에 얽매여 있는 상황에서 해외여행은 언감생심이었다. 남들에게는 "일생에 한 번 백범의 계단에 서라"고 그렇게 목소리를 높이면서도, 정작 나는 가지도 못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서 임시정부 100주년을 그냥 보내고 말았다.
그 사이에 나는 퇴사를 하고 대학원 진학을 앞두게 됐다. 잠깐의 여유가 생긴 상황에서, 때마침 '청년백범'이라는 단체에서 중국 광저우~충칭 코스로 임정로드 답사단을 꾸린다는 소식을 접했다.
물론 아주 잠깐이지만 망설임의 시간도 있었다. 바로 비용 때문이었다. 이제 더는 고정적인 수입이 없는 백수라는 신분 때문에 160만 원이라는 참가비가 내겐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그동안 얼마 되지 않는 월급을 차곡차곡 모아 목돈을 만들어놨는데, 대학원 등록금과 생활비로만 쓰기에도 빠듯한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나의 마음은 계속 떠나라고 말하고 있었다. 160만 원이 결코 적은 돈은 아니지만, 이 5박 6일간의 여행이 가져다줄 가치에 비하면 결코 비싸다고도 할 수 없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렇게 나는 청년백범 14기 답사단의 일원으로 임정로드 순례길에 오르게 되었다.
마침내 출발일인 1월 9일 새벽이 밝았다. 서울·남양주·광주·부산 등 전국 방방곡곡에서 출발해 인천국제공항에 모인 33명의 답사단원들은 지역만큼이나 나이와 신분도 천차만별이었다.
엄마 손 잡고 따라온 초등학생부터 대학 혹은 대학원 입학을 앞둔 예비 새내기들, 현직 역사교사, 이번 여행이 은퇴 기념 여행인 중년의 신사까지. 무엇 하나 접점이 없는 이들이 5박 6일 동안 함께 걸으며 어떻게 융화하게 될지 기대가 됐다. 이것이 단체여행의 묘미이리라.
답사단이 3시간여를 날아 도착한 곳은 중국 광둥성의 성도인 '광저우(廣州)'.
광저우의 첫인상은 그닥 반갑지만은 않았다. 너무 더운 날씨 탓이다. 영하를 오르락 내리락하는 한국과 달리 광저우 현지의 날씨는 20도가 넘었다. 추운 곳에 있다가 갑자기 따뜻한 곳으로 오니 다들 입고 있던 옷을 훌훌 벗어던지고, 버스의 에어컨이 약하다고 궁시렁거리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광저우에 잠든 두 한국인, 김근제·안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