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해부대 31진 왕건함, 호르무즈 해협 파견국방부는 21일 "우리 정부는 현 중동정세를 고려해 우리 국민 안전과 선박의 자유항행 보장을 위해 청해부대 파견지역을 한시적으로 확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정부가 호르무즈 해협에 사실상 독자 파병을 결정했다. 청해부대 파견지역을 호르무즈 해협으로 확대하는 방식이다. 우리 국민의 안전과 선박의 자유항행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동맹국인 미국과 이란을 고려한 절충안이기도 하다.
국방부 관계자는 21일 "청해부대 파견지역을 아덴만 일대에서 오만만, 아라비아만(페르시아만) 일대까지 확대하고 우리 군 지휘하에 우리 국민과 선박 보호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청해부대는 미국 주도의 국제해양안보구상(IMSC)과 상관없이 독자적으로 작전을 수행한다. 국방부 관계자는 "독자적 파병이며, 청해부대는 한국 선박만을 호송한다"라고 말했다. 다만 필요한 경우에는 IMSC와 협력할 수 있다. 국방부는 청해부대 소속 장교 2명을 IMSC 본부에 연락장교로 파견할 계획이다.
앞서 미국은 지난해 6월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던 유조선에 대한 피격사건이 잇따르자 그 배후로 이란을 지목했다. 그러면서 민간선박 보호를 위한 '호르무즈 해협 공동방위'에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이 참여하길 요청해왔다. 호르무즈 해협은 걸프 지역의 주요 원유 수송 루트로, 사실상 이란군이 통제하고 있다.
미국의 요청에 따라 정부도 한때 참여를 긍정적으로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미국과 이란군의 긴장이 크게 고조되면서 정부는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이란에 '적'으로 인식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정부는 미국과 이란이 모두 수용할 수 있는 '독자 파병'의 방식을 결정했다.
정부의 호르무즈 해협 파병은 외교부의 외교 채널을 통해 이란에 통보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란은 한국 결정을 이해한다고 하면서 자국의 기본입장을 설명했다"라고 밝혔다.
현재 중동지역에는 우리 교민 2만 5000여 명이 거주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일대는 한국 원유 수송의 70% 이상을 차지한다. 한국 선박은 연 900회 이상 통항해 유사시 우리 군의 신속한 대응이 필요한 곳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번 결정으로 중동지역 일대 우리 국민과 선박의 안전을 확보하는 한편 항행의 자유 보장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5월 중동지역에 긴장이 고조됐고, 이후 내부적으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해왔다. 유사시 우리 국민과 선박 보호, 안정적 원유 수송을 최우선으로 고려했다"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12월 말 부산에서 출항한 구축함인 왕건함(4400t급)은 이날 오만 무스카트항에서 오후 5시 30분 청해부대 임무를 넘겨 받는다. 왕건함은 특수전(UDT) 장병으로 구성된 검문검색대와 해상작전 헬기(링스)를 운용하는 항공대 장병 등 300명으로 구성됐다.
"호르무즈 해협 파병, 국회 동의 필요하지 않아"
한편, 국방부는 법률 검토 이후 파병이 국회 동의를 받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했다. 청해부대의 작전 지역에 호르무즈를 추가하는 것은 정책적 판단이기에 국회의 '국군부대의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 파견 연장 동의안'을 위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