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순환 선생님은 학년을 마치며, 설날을 앞두고 반 아이들 모두에게 특장점을 적어 칭찬하고, 부모님께 세뱃돈 외 1만원을 더 주어 칭찬해주라고 특별한 체육장학증서를 수여했다.
이기정
지난 17일 대전 만년중학교 2학년 교실에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저마다 한 장씩 상장을 든 아이들이 상장에 적힌 내용을 보며 킥킥거렸다. 서로 다른 상장에는 어떤 내용이 쓰여 있는지 돌려보며 하하호호 한바탕 웃음을 터뜨렸다. 이 모습을 지켜보는 장순환 담임 선생님 얼굴에도 비로소 안도의 미소가 번졌다.
장순환 선생님은 올해로 교직 경력 20년째다. 그의 나이 올해 54세이니 나이에 비해 교직 경력이 긴 편은 아니다. 그는 원래 레슬링 선수였다. 그리고 레슬링 코치 생활도 11년이나 했다. 그러나 코치 생활이 불안정했기에 33세의 나이에 체육교사가 되기 위해 대학에 편입을 했다. 그때 그는 두 아이의 아빠이기도 했기에 큰 결심이 필요했다. 남들보다 늦었지만 더 많이 노력했고 그 결과 2000년도 임용고사에 합격 대전체고에서 교사 생활을 시작할 수 있었다. 이런 사연이 있다 보니 그는 담임 경력도 이제 5년에 불과하다고 했다.
본인이 나이가 있다 보니 담임을 계속 맡는 것도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고, 본인 스스로의 계획도 있어서 이번 반을 끝으로 담임은 더 이상 맡지 않을 계획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아이들과 진한 추억을 남기고 싶어 고민하던 끝에 '체육장학증서' 수여를 결심했다고 한다.
장순환 선생님의 '체육장학증서'는 그동안의 여느 장학증서와는 다른 특징이 있다.
첫째, '세뱃돈 외 장학금을 수여해주세요'라고 부모님께 부탁한 점이다. 이 장학증서를 계기로 부모님이 아이들과 설 명절에 화기애애하게 대화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으면 하는 선생님의 기대가 있었다고 한다.
둘째, 장학증서의 내용이 상투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체육 선생님으로서 반 아이들과 수업을 하면서 학생 한 명, 한 명의 특장점을 콕 짚어 상을 준 까닭을 서술하고 있다.
"손흥민을 능가하는 왼발 킥의 화려함이 너무 멋있는 유덕."
"생동감이 넘치는 에너지로 열심히 참여한 선혜."
"야구대회 좌익수로 출전하여 완벽한 수비로 박수갈채를 받은 성현."
"바른 학습태도로 일취월장하는 모습이 기특한 지우."
이렇게 반 25명 각각의 특성을 파악하여 장학증서를 수여했다. 이런 선생님의 진심이 있었기에 아이들은 기뻐했고 감사했다.
상장을 받은 이기정 학생은 "저희 담임 선생님은 평소에도 저희 이야기를 경청해주셔서 좋아요"라며 "이번 이벤트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선생님"이라고 말했다. 이 학생은 "특히 학교에서 나온 학급비로 선생님과 반 아이들 모두가 삼겹살 파티를 벌였던 것이 가장 추억에 남아요"라며 엄지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