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없는 주거권 보장을 위한 기자회견2020년 1월 15일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 등 청년단체들이 '차별없는 주거권 보장을 위한 기자회견'을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열고 있다.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
"우리는 차별없이 주거권이 보장되는 사회를 원합니다"
청년들은 더 나아가 주거권에 대한 차별을 이야기한다. 15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연희동 청년주택 공급을 넘어 청년 및 성소수자들을 대상으로 한 공공주택의 설립 반대 등 청년 및 성소수자를 배제·거부하는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요구하였다. 이를 위해 서울시와 서대문구가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청년 및 성소수자에 대한 이해와 인식을 개선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나이·성적지향 등으로 차별받지 않는 주거권 보장을 위하여 적극적으로 노력할 것을 권고하는 진정서를 제출하였다.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 등 청년단체는 인권위에 제출한 진정서에서 '건축법상 건축허가 거부처분의 사유가 없음에도 임대주택 건축행위의 보류 및 무산하는 선례는 특정 연령·소득·성정체성에 대한 차별을 정부 및 지자체가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결과를 낳아왔으며 그 결과로 인해 특정 연령·소득·성정체성을 가진 시민의 주거권은 지속적으로 소외·배제되어 왔다'고 주장하였다.
집값이 오르지 않아 반대하는 NIMBY, 청년주택 반대하는 지역사회
'세월호의 참사를 벌써 잊으셨나요? 우리 아이들을 지켜주세요' 2년 전 한 포털 사이트에서 화제가 되었던 현수막이다. 현수막은 성북구의 한 아파트의 '행복기숙사 건립반대 추진위원회'에서 건 것으로 알려졌다. 아파트 인근에 행복기숙사 건립 계획이 알려지자, 반대하기 위해 현수막을 내건 것이다.
장례식장, 쓰레기 소각장, 노인요양보호시설 등 소위 '혐오시설'을 '우리' 동네에 들어설 수 없도록 하는 것이 그동안 일반적인 '님비'의 개념이었다. 근래에는 주거약자의 거주권을 보장하기 위한 임대주택에 대한 반대가 극심하다. 주민들의 반응도 달라졌다. 이전에는 혐오시설이 들어오게 되면 집값이 떨어질까 반대했다. 하지만 현재는 임대주택뿐만 아니라 소방서와 경찰서 같은 관공서까지 집값이 오를 수 있는 시설이 아니면 반대한다.
연희동 사례를 비롯해 민원이 들어오게 되면 일단 사업은 난항을 겪는다. 건축 허가는 해당 지자체의 권한이지만, 민원이 들어올 경우 쉽게 사업 진행을 하지 못한다. 이로 인해 많은 청년 주택, 대학생 기숙사 등이 건축적 사항과 관계없이 지체되거나 무산되고 있다.
서울의 1인 가구 청년주거빈곤율은 2010년 36.3%에서 2015년 37.2%로 늘어났다. 여전히 청년 1인가구 3명중 1명은 주거환경이 열악한 주거빈곤 상태에 있다. 소득 하위 20%인 1분위 1인 청년 가구는 소득의 절반 이상을 주거비로 지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청년주거문제가 심각해지자 정부는 다양한 대책을 마련해 왔다. 행복주택, 행복기숙사, 역세권 청년주택 등 주거문제를 겪는 청년이 겪을 수 있는 다양한 대안들이 마련되었지만, 공급이 계획된 부지마다 주민들의 반발이 따라왔다. 주민들은 '청년이 들어오면 범죄를 일으킬 것이다', '집 가격이 떨어질 것이다'라는 주장을 들며 청년의 존재 자체를 배제하고 부정한다.
이런 주장은 연세대·이대·고려대·한양대·경북대 등 수없이 많은 대학교에서 기숙사 건축이 논의될 때마다 반복되었다. 영등포·강동구의 역세권 청년주택 반대 집회에서는 '빈민아파트'라는 혐오표현까지 등장했다. 이외에도 성남시·부산시 행복주택 반대 등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지역에서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임대주택을 반대하고 있다.
'빌려쓰는 사람' 들을 위한 주거권을 논의하자
기자회견에 참여한 청년들은 "이제는 그만하자"고 제안한다. 집을 가졌다고 해서 집을 가지지 못한 시민들의, 청년들을 배제하지 않고 소유권을 가졌다고 해서 공공의 권리를 거부 하지 않아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주거권은 인권에 해당하고, 합리적인 이유 없이 나이·성적 지향 등을 이유로 주거시설의 공급이나 이용과 관련하여 특정한 사람을 배제·구별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하는 행위는 평등권의 침해의 차별행위에 해당한다. 그리고 지금 곳곳에서 이러한 차별 행위가 벌어지고 있다.
청년들은 지역의 주택가격을 떨어뜨리고 싶은 생각이 없다. 누군가에게는 집 한 채가 안전망일 수도 있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소유권을 존중하는 것과 소유권을 명분으로 청년을 비롯한 특정 시민을 거부하거나 배제하는 행위는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