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 pixabay
pixabay
내가 엄마가 되어서는 그렇게 살지 않으리라 늘 다짐했었다. 그리고 나도 어느새 한 아이의 엄마로 1127일째 살고 있다. 결혼 후 맞벌이를 해왔지만 병가와 육아휴직 등으로 출근을 하지 않은 지 벌써 만 3년 반을 넘어가고 있다.
3년여의 시간 동안 나도 우리 엄마처럼 집에서 살림하고 아이를 돌보는 일에만 오롯이 집중했다. 누군가 마땅히 그래야 한다고 강요한 것도, 상황의 부득이함 속에서 뾰족한 대안 없이 무의미한 시간을 흘려 보낸 것도 아니다. 그저 내가 그러기를 원했다.
물론 휴직이 길어지면서 회사에서의 나의 입지가 좋아졌을 리 없다. 복직을 하게 되면 후배들이 나를 제치고 먼저 진급할 것 또한 불 보듯 뻔하다. 나는 그저 엄마로서, 엄마라는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 엄마이기 이전의 '나'를 희생한 것인가? 그렇다고 하기엔 내가 잃은 것이 전무하다.
나의 커리어는 그저 나를 둘러싸고 있던 하나의 '상황'에 지나지 않는다. 긴 휴직기간은 되려 '나'라는 존재의 성숙이라는 고귀한 결론을 내어 주었다. 어느 작가의 말처럼 육아(育兒)의 시간은 결국 육아(育我)의 시간이 되었으리라.
엄마가 된 나는 나의 꿈이 없어지고, 나의 의미도 조금은 흐릿해졌지만 자존감은 더욱 높아졌다. 한 아이의 인생의 출발선에 내가 같이 있어 주었고, 그것이 아이에게 생물학적으로든 정서적으로든 그 어떤 것보다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는 게 곧 내 존재의 의미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엄마처럼 강요된 희생에 의해 자신을 포기한 삶을 살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나 또한 비슷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리고 나의 엄마도 결코 자신의 삶을 포기한 것이 아니었음을, 취미나 인간관계와는 비교할 수 없는 더욱 값진 무언가를 좇는 삶을 살아온 것임을 엄마가 되고 나서야 알았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