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혁명수비대가 아인 알아사드 공군기지 등 이라크 내 미군 주둔 기지 여러 곳을 향해 탄도미사일 수십발을 발사한 지난 8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관련 뉴스를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전쟁은 늘 숭고하고 아름다운 가치들과 함께 시작된다. 민주주의, 정의, 미래, 평화 같은 단어가 전쟁을 일으키는 명분으로 동원된다. 그래야 사람들이 전쟁을 지지하기 때문이다.
전쟁을 결정하는 사람은 정치권과 군부의 소수 엘리트지만, 그들도 국민의 지지나 동의가 없다면, 최소한 국민들이 반대하지는 않아야, 전쟁을 수행할 수 있다. 어느 정도 민주적인 절차가 갖춰진 국가에서는 의회에서 전쟁이나 파병을 승인받아야 하고, 독재국가라고 하더라도 국민들의 협조가 없다면 국가가 전쟁을 수행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다.
전쟁에서 전투는 군인이 하지만 군인들에게 필요한 물자나 서비스 같은 것들은 후방의 국민들이 생산한다. 그런데 국민들이 전쟁에 부정적이거나 비협조적이면 이런 것들이 원활히 지급되지 않고 전쟁을 수행하는 데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전쟁은 늘 사람들이 전쟁을 찬성하게끔 만드는 뭔가를 말하면서, 사람들이 알게되면 전쟁을 반대할 것 같은 뭔가는 말하지 않는다. 이라크 전쟁의 명분이 된 대량살상무기가 전쟁이 말한 것이었다면, 이라크 전쟁으로 헬리 버튼이 110억 달러를 벌어들였다는 사실은 전쟁이 말하지 않은 것이다. 전쟁이 말한 것은 거짓이었고, 전쟁이 말하지 않은 것이 진실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전쟁에 동원되는 대의명분을 의심하고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 그래야 잘못된 전쟁, 정의롭지 않은 전쟁을 막을 수 있다. 전쟁을 일으키는 권력은 소수의 정치인과 군인에게 있지만, 전쟁을 막을 수 있는 힘은 시민들에게 있다. 우리는 이 힘을 잘 사용해야 한다. 꼭 전면적인 전쟁뿐만 아니라 파병처럼 전쟁에 동참하는 행위, 그리고 갈등을 유발하고 키우는 군사행동 모두에 해당한다.
파병이 말하는 것과 그 이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