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수련병원 대다수가 2020년도 전공의(레지던트) 모집 당시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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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특별법이 제정된 후 'BIG 5'로 불리는 서울 주요 대학 병원은 정원보다 많은 의사가 몰렸다. 하지만 지방 병원의 사정은 다르다. 전공의 지원 단계에서부터 '서울 쏠림' 현상이 도드라지기 때문이다.
지난 2019년 11월 27일 청년의사가 2020년도 전공의(레지던트)를 모집한 수련병원 55곳을 조사해 분석한 결과, 29곳이 전공의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그중 18곳이 수도권이 아닌 지방 수련병원으로 확인됐다.
지방 병원일수록 여자 전공의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임신과 출산으로 인한 공백이 병원의 심각한 인력난을 더욱 가중하기 때문이다. 한국여자의사회의 조사 결과, 전공의 선발 면접에서 임신 및 출산 계획을 물었다는 비율이 상당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원 전부터 '여자는 뽑지 않겠다'고 못 박으며 자격을 박탈시킨 사례도 있었다.
대구 경북대병원의 레지던트 1년 차 김아무개(27)씨는 "지원을 기피하는 과는 상관없겠지만 몇몇 인기 과에서는 '여성'이라는 신분이 핸디캡으로 작용하는 게 사실"이라며 "업무량이 집중되는 레지던트 저연차에는 임신과 출산을 하지 말자는 게 암묵적인 약속"이라고 말했다.
"중앙-지방 간 의료 정책 탄력적으로 해야"
보건복지부는 수도권과 지방병원 간의 의료격차 해소를 위해 칼을 빼 들었다. 지난 2018년 11월 발표한 '지역의료 강화대책'이 그 결과물이다. 복지부는 지방병원의 경우 의사 채용이 쉽지 않다는 점을 감안해 지방 국립대병원에서 지역의료기관으로 파견 오는 의사에게 인센티브를 부여하기로 했다. 하지만 의료계 곳곳에선 실효성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지방 전공의들은 수도권 전문의에 비해 많게는 2배에 가까운 인건비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2016년 기준, 울산 전공의의 1인당 인건비는 2억6300만 원으로 서울 종합병원 전문의(1억3200만 원)에 비해 2배가량 높았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인센티브가 실질적인 인력 확충을 유인하긴 힘들다는 지적이다.
조선대병원과 전남대병원은 "지방병원의 인력 부족은 환자의 의료서비스와 연결된 심각한 문제"라며 "중앙과 지방의 의료 정책을 구분하는 탄력적인 운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소아 중환자실 근무 의사가 소아 환자를 수술할 수 없거나, 권역센터의 의사들이 여유로울 때도 일반 환자를 진료할 수 없는 규제는 중앙에만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이다.
손호준 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장은 "올해 상반기 발표를 목표로 보건의료인력 지원 종합계획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종합계획에는 인력 처우와 근무환경 정책 등이 담길 것"이라고 밝혔다. 지방병원 인력 보충을 위한 실질적인 정책이 나올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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