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남평야에 내려 앉는 기러기무리.
이경호
기러기들이 12년간 어디에 있었던 것인지 알 수 없으나, 큰 이변이 없다면 2020년 겨울 다시 큰기러기와 쇠기러기 무리는 장남평야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 MB정부가 22조를 쏟아 부은 4대강 사업은 새들에게는 전쟁이었다.
기러기들은 전쟁을 끝내고 평화가 찾아온 합강리를 다시 찾았다. 피난민처럼 떠났다 온 기러기들은 큰 출혈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5000마리였던 무리가 1000마리로 줄어들을 정도로 힘든 시기를 보낸 것이다.
17년 세종보가 개방된 이후에 다시 합강리와 장남평야를 찾은 데 2년이 걸렸다. 자연의 회복력은 더디면서도 차근 차근 오고 있다. 아직 수문의 존치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상태라 아직 위태로운 평화이다. 한반도의 상황과 마찬가지인 상태로 몇 년을 더보내야 할까?
국가물관리위원회가 1월 안으로 수문의 해체여부를 판단하기로 했다. 아직 12년전에 비하면 부족한 기러기들의 평화를 위해 현명한 결정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수문이 해체되고 장남평야의 농경지가 보전된다면 다시 5000마리의 기러기를 볼 수 있을 희망이 있다. 이 평화의 희망을 꺽지 않는 결정이 나오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