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모님이 2020년 정초에 떠난 호텔여행 중에 드신 대게.
최희정
정초에 장모님을 또 한번 호텔여행 시켜드렸다. 1박2일 설악산 호텔여행에는 여든 여덟 되신 장모님과 칠십 넘은 장모님의 여동생 그리고, 아내와 처제가 동반했다.
장모님은 맏사위가 예약한 온돌 호텔방에서 주무셨고, 온천탕에 가셨고, 대게와 물회 등의 음식을 드셨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좋았던 것은 남편을 먼저 보낸 장모님과 이모님이 자매의 옛이야기를 나눈 것, 아내와 처제가 우애를 더 돈독히 쌓은 것이라고 아내가 말했다. 나는 모처럼 처가식구들에게 체면이 섰다.
사람들은 자기 이익을 위해 산다. 나쁘다고 할 순 없지만 다들 그렇게 살면 세상은 사막으로 변한다. 불의가 정의를 압도하고, 돈이 인간을 지배하고, 사회적 약자는 짓밟히는 비인간적인 세상이 된다. 그런데 세상의 사막화를 막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이 있다. 공익활동가들이다.
정의가 불의를 압도하는 사회, 사회적 약자도 살 수 있는 세상을 꿈꾸는 그들은 가난한 삶을 스스로 선택했다. 삶의 기쁨은 돈으로만 충족되진 않는다. 정의로운 세상을 위해 헌신하는 기쁨과 소외된 이웃의 눈물을 닦아주는 기쁨을 돈으로는 감히 누릴 수 없다.
사람의 길이 자꾸만 지워진다고 걱정하는 소리가 도처에서 들린다. 그럼에도 사람의 길이 끊어지지 않은 것은 공익활동가들의 희생 때문이다. 공익활동가들은 이런 자부심으로 살아간다. 그런데, 힘들 때가 있다.
과로에 지쳐 쓰러질 때, 전월세 삶을 못 면해 떠돌이로 살 때, 가족이 아픈데도 병원비를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를 때 등이다. 어떤 공익활동가는 과로에 쓰러져 세상을 떠났고 가난에 지친 어떤 공익활동가는 눈물 흘리며 공익활동을 접었다. 공익활동가는 오아시스 같은 존재다. 이들이 다 떠나면 세상은 오아시스 없는 사막이 된다.
장모님께 호텔여행을 보내드린 것은 내가 아니다. 나는 호텔에 돈을 지불하지 않았다. 나는 여전히 돈을 벌지 못한다. 장모님을 여행시켜 드린 이들은 '공익활동가 사회적협동조합 동행'(이사장 염형철)이다. 나는 협동조합 동행의 조합원이다.
나는 위기에 처한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뛰어다닌다. 그러다 종종 과로에 의해 몸져 눕곤 했지만 누구에게도 도움을 청하지 못했다. 그런데 도움 청할 곳이 생겼다. 협동조합 동행이다. 지난해 봄에는 아내와 함께 강원도 정선의 강원랜드로 1박2일 호텔여행을 다녀왔다. 이 여행은 동행이 공익활동가에게 쉼을 주기 위해 진행한 응원 사업이었다.
동행은 공익활동가들의 상호부조, 협동, 연대를 기치를 내걸고 만든 협동조합이다. 공익활동가들은 자존심이 강하다. 힘들다고 해서 아무에게나 손 벌리지 못한다. 아무리 힘들어도 묵묵히 버티는 게 공익활동가의 숙명이다.
그러다 어떤 공익활동가는 장렬하게 산화했고 어떤 공익활동가는 병들었다. 동행이 만들어진 것은 이 때문이다. 동행은 협동조합에 가입한 공익활동가들에게 자녀 학자금, 긴급자금 대출지원, 건강검진 지원 등으로 도움을 주고 있다.
나는 돈 못 버는 못난 맏사위이지만 나는 사람의 길을 밝히는 자랑스러운 공익활동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