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 음주경주 시골집 마당에서 막걸리를 마시다.
배남효
竹葉酒
楚人汲漢水 초나라 사람 한수에서 물길어
釀酒古宜城 의성의 옛법대로 술을 빚었지
春風吹酒熟 봄바람 불어 술이 익으면
猶似漢江淸 오히려 한수의 물처럼 맑았지
耆舊人何在 좋아하던 엣사람들 어디에 있는가
丘墳應已平 무덤의 구릉마저 평평해졌지
惟餘竹葉在 오로지 죽엽주만이 남아
留此千古情 천년의 옛정을 여기 남겼지.
소식(蘇軾, 1037-1101)은 송나라 최고의 문장가로 술을 즐기고 품평을 잘 했다. 소동파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지만, 그가 쓴 적벽부는 불후의 문장으로 애송되고 있다. 적벽부에서도 '강물도 흘러가고 우리도 흘러가고 모든 것은 흘러가지만, 저 달과 바람과 술을 마음껏 즐길 수 있으니 무엇이 더 필요한가'라고 음주의 풍류를 즐기고 있다.
소식은 이 시를 통해 죽엽주를 생생하게 품평하고 있다. 초나라 사람이 한수로 맑게 술을 빚었는데, 그 술을 즐기던 애주가들은 이제 자취도 없는 것이다. 그들이 묻힌 봉분조차도 평평해져 흐르는 세월의 무상함을 절감하는 것이다. 그러나 오직 죽엽주만이 이어져 와서 그때의 정취를 그대로 전해주고 있는 것이다.
젊은 시절 죽엽주는 비싼 술이어서 가난한 처지에 어쩌다 마셔보면 정말 맛있는 술이었다. 어쩌다 죽엽청주를 마시며 중국요리를 안주로 곁들이면, 그 호사는 이루 말할 수 없었던 것이다. 빈 술병이 아까워 버리지를 못하고 오랫동안 집안에 두고 본 적도 있었다.
술이 평생을 함께 하는 벗이 될 줄 알았는데, 속병이 생겨 이렇게 빨리 절주해야 될 줄은 몰랐다. 나이가 먹을수록 적적해지는데, 술조차 마음대로 즐기지 못하니 적적함이 더욱 커지는 것이다. 이제는 되돌릴 수 없는 아쉬운 일이지만, 감수하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일찍이 20대에 마시게 된 술과 함께 알게 된 당나라 시인 이하(李賀)의 시 '증진상(贈陳商, 진상에게 드림)이 있다. 20대에 좋아하던 시를 40여년이 지나도 여전히 좋아하고 있으니 인생을 함께 해온 것이다. 그때만큼 술을 마시지 못하는 것만 다를 뿐 좋아하는 느낌은 변함이 없는 것이다.
아마도 이 시를 읽으면서 운명적인 공감을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회재불우(懷才不遇)했던 이하는 자신의 싯귀대로, 머리가 희어지길 기다리지 않고 27세에 요절했다. 그토록 바라던 하늘은 열리지 않아, 고검이 크게 울리도록 휘둘러 보지도 못한 채 슬프게 떠나간 것이다. 오늘 딱 한잔의 술을 마시면서 다시 그를 조상해본다.
長安有男兒 장안에 한 사내 있어
二十心已朽 나이 스물에 벌써 마음이 늙었다.
楞伽堆案前 능가경을 책상 앞에 두고
楚辭系肘後 초사를 팔꿈치에 괴다
人生有窮拙 인생에 좌절이 있어
日暮聊飮酒 초저녁부터 음주를 즐긴다
只今道已塞 이제 길은 이미 막혔거늘
何必須白首 구태여 머리가 희어지길 기다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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天眼何時開 하늘의 눈은 언제 열리려나
古劍庸一吼 옛날 검 한번 크게 울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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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술을 끊겠어" 이런 맹세가 필요없어진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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