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019년 12월 28일 노동당 제7기 제5차 전원회의를 열어 '국가 건설'과 '국방 건설'에 관련된 중대한 문제를 토의했다고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
연합뉴스
"조미 사이에 다시 대화가 성립되자면 미국이 우리가 제시한 요구사항들을 전적으로 수긍하는 조건에서만 가능하다."
북한이 북미협상의 기준을 재차 못 박았다. 김계관 북한 외무성 고문의 담화를 통해서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사이에 이른바 '핫라인'이 있다는 점도 과시했다. 반면, 북한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일 제안한 '남북협력 방안'에는 침묵했다.
김 고문의 담화는 올해 1월 1일 전원회의 결정서를 공개한 이후 북한이 처음으로 내놓은 대외 메시지다. 그는 11일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북미 대화가 재개되려면 '미국이 (북한의 요구를) 전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2월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제재와 핵시설을 바꾸자고 제안한 것과 같은 협상은 다시는 없을 것이라고도 언급했다.
이는 북한의 북미협상 조건이 2019년 10월 5일 '스톡홀름 실무협상'에서 한 제안으로 변동했다는 점을 재확인한 발언이라고 풀이할 수 있다. 당시 북미 실무협상 후 북한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는 회견을 통해 미국에 "(북한의) 안전 위협, 발전 저해 모든 장애물 제거"를 요구했다.
이후 김정은 위원장은 북한이 무엇을 장애물로 생각하는지 구체화해 언급했다. 지난해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7기 5차 전원회의에서다. 당시 김 위원장은 "미국이 시간벌기를 하며 대화와 체제 압살의 이중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한미군사연습과 첨단무기 도입, 추가 제재를 북한을 '압살하려는 야망'의 대표적 조치라고 꼬집었다.
결국 김 고문은 북한의 요구가 한미 군사연습 중단과 제재 완화·해제 관련돼 있다는 점을 드러낸 셈이다. 구갑우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은 하노이 이후부터 일관된 요구를 하고 있다, 이제는 미국이 상응조치를 보여줄 때라는 건데 미국이 답이 없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북미 물밑 협상 하고 있어"
북한은 담화에서 미국과 협상의 문을 열어뒀지만, 남한에는 차가운 기운을 풍겼다. 먼저, 김 고문은 북미의 '소통 통로'가 열려 있다는 점도 공식적으로 확인했다.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우호적인 관계'라는 점도 내세웠다.
그는 '특별한 연락 통로'를 통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생일을 축하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친서를 받았다고 했다. '군사적 도발'을 언급하지 않아 미국을 자극할 여지를 줄였다.
김종욱 동국대 연구교수(북한학)는 이번 담화에서 '북미협상의 재개' 가능성을 엿봤다. 그는 "담화는 미국에 우호적이다, 북한이 협상의 기본 조건을 재확인하며 가이드라인을 제안했다"라며 "(군사적 도발 등) 미국이 생각할 때 위협적인 행위를 한다는 말도 없다, 이른바 나쁜짓을 하지 않겠다는 신호를 준 셈"이라고 짚었다.
북한이 밝힌 '소통 통로'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스톡홀름 실무협상 이후 공식적으로 북미가 만나거나 협상을 이어가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물밑 협상은 이어가고 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통로'를 북미 간 '뉴욕 채널'로 봤다. 미국 국무부와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가 있는 뉴욕 채널이 가동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뉴욕 채널은 별도의 주재 '연락사무소'를 두지 않는 북미 사이에서 사실상 연락사무소의 역할을 해왔다.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안보전략연구실장은 "북한이 김정은과 트럼프 대통령이 소통하고 있다는 걸 공식확인 했다, 이 점이 중요하다"라며 "북미가 물밑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북한, 문 대통령 제안에 '무응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