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대학교 여학생 기숙사 계영원 앞 게시판 ⓒ충북인뉴스 계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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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지적은 청주교대와 충북대의 '단톡방 성폭력' 사건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청주교대 사건이 터지고 한 달 만에 충북대에서 똑같은 사건이 발생했다. 공개된 SNS 대화에서, 충북대 가해 남학생들은 "청주교대처럼 되지 말자"며 앞선 사건의 결말을 의식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그러나 비판의 목소리를 비웃기라도 하듯, 성폭력은 계속됐다. 피해자들이 가해자를 검찰에 고소하고 청주교대 윤건영 총장이 사과문을 발표하는 과정에서 여론이 떠들썩했지만, 가해자들을 제지하지는 못한 것이다.
지난해 12월 열린 충북여성정책포럼의 토론회에서도 비슷한 의견이 개진됐다. 토론회에서 충북여성인권상담소 늘봄의 정선희 소장은 "연달아 벌어지는 개별적인 성폭력 사건에 대한 피로감이 쌓여가는 시점"이라면서 "좀더 효과적으로 지역 성폭력 이슈에 대응할 다양한 규모의 논의체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목소리 계속된다는 건 '희망적 시그널'
그럼에도 도내 대학의 성폭력 사건이 반복적으로 불거지고 있다는 점을, 오히려 긍정적인 변화로 보는 시각도 있다.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대학 안에서 문제를 조용히 묻고 넘어가던 그간의 문제 해결 방식과는 분명히 달라졌다는 해석이다. 실제 피해자들은 SNS나 학내 게시판, 언론 등의 채널을 통해 가해자와 대학이 고발을 무력화하지 못하도록 끊임없이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때 피해자들이 성폭력 피해 사실을 외부에 고발하는 가장 큰 이유는 "또 다른 피해자"를 만들지 않기 위해서다. 이는 미투 운동의 본질과 같다. 피해자들의 증언 뒤에는 다음과 같은 말들이 덧붙는다.
"선배, 동기, 후배님들이 이 교수 밑에서 교육 받길 원치 않는다" (건국대 글로컬캠 공론화 계정 익명 고발글)
"후배들에게 많이 미안했다. 교수 아래 대학원생들은 을이기 때문에 아무 말도 하지 못했었다. 선배들이 무지해서 B교수를 괴물로 만들었다" (한국교원대 교수 성폭력 피해 고발자 인터뷰)
"다른 어딘가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우려에서, 이 대자보가 모두에게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계기가 되기를 마라는 마음이다" (청주교대 단톡방 성폭력 고발 '여러분의 단톡방은 안녕하십니까' 대자보 글)
자신의 외면이나 묵인이 성폭력을 방조하는 일이 되어 추가 피해자를 양산한다는 우려에 피해자들은 용기를 내고 있다. 대학 내 피해자들은 좁은 조직 안에서 개인이 받을 수 있는 질타나 2차 피해를 견디며 외부로 문제를 터뜨리고 있다. 이런 점에서 피해자들이 고발을 이어나가고 있는 현실을 이전보다 희망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