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후 서울 옛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열린 박종철 열사 33주기 추모제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박종철열사 기념사업회 김세균 이사장
성하훈
33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사람들의 가슴 속에는 박종철이라는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1987년 한국사회 민주화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고 박종철 열사의 33주기 추모제가 12일 오후 박종철 열사가 고문으로 살해당했던 서울 용산구 옛 남영동 대공분실 민주인권기념관에서 열렸다.
이날 추모제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박종철 열사의 선후배들과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민주진보진영 인사들이 대거 참석해 박종철 열사를 기렸다. 박종철 기념사업회 김세균 이사장은 인사말을 통해 "박종철 열사가 한국 민주 제단에 몸을 바친 지 33년 긴 세월이 지났다"며 "이 시점에서 박종철 열사가 꿈꿔왔던 민주주의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이어 "절차적 민주주의를 넘어서 사회적 민주주의 성취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여기에 오는 분들이 추모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정신을 받들어 활짝 핀 민주주의 사회를 향해 나아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추모만 하지 말고 가슴에 새겨야"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인 지선 스님은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당시 항의시위를 벌이다 경찰의 진압에 고통을 당했던 경험을 회상하며 "박종철 열사가 민주주의와 자유의 소중함을 지켜줬다"고 말했다.
지선 스님은 "이제 우리는 새로운 사명이 한 가지 더 남아있다"면서 "민주주의와 인권, 평화, 자유가 남아 있는 이 옛 남영동 대공분실을 민주인권기념관으로 발전시켜야 하니 많은 관심을 부탁 드린다"고 요청했다. 민주인권기념관으로 바뀐 남영동 대공분실은 지난해 말 설계가 확정돼 늦어도 올해 말에는 새 단장을 위한 첫 삽을 뜰 예정이다.
지선 스님은 또 "박종철 열사가 폭압과 압제에서 죽임을 당했지만 역사와 함께, 민중과 함께, 약한 사람들에게 광명이 됐다"며 "추모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가슴에 새겨서 민주화, 인권, 평화통일이 될 때까지 생활화시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양심에 따른 민주화가 생활화돼서 떨쳐 일어나 박종철을 추모하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