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1월 23일, 정의당 청년당원모임 모멘텀의 홍콩시위 지지 집회 사진
김지문
이어 그는 홍콩이 가지고 있는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불평등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일국양제 내에서 홍콩의 자치가 지켜지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정치적 불평등, 영국 식민지였을 때부터 주요 대기업과 재벌들이 홍콩 내의 모든 사회적 서비스와 토지 이용권을 독점하고 있는 문제와 취약한 사회적 안전망으로 요약되는 경제적 불평등, 마지막으로 '친중 언론'과 '홍콩의 독립을 주장하는 언론'이라는 두 그룹이 과대 대표되고 있는 사회적 불평등. 그의 설명에 따르면 실제로 홍콩의 독립을 주장하는 이들은 시위 지지자들의 5~10% 밖에 되지 않는단다.
"한국 청년들의 관심도 엄청나요. 제가 다니는 대학만 해도 (레넌 벽 앞에) 거의 매일 100명 이상이 찾아왔어요. 또 여러 대학교에 '레넌 벽(Lennon Wall)'➋이 설치되기도 했죠."
- 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우리가 과거에 거쳤던 민주화 운동의 길을 지금 홍콩이 겪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연민을 느끼고, 공감하는 거죠. 그리고 한국에 있는 중국 유학생들의 반응도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던 것 같아요. 저처럼 홍콩 시위를 지지하고 연대하는 청년들을 향해 홍콩 독립을 배후에서 조종하는 세력이라고 사실을 왜곡하고 대자보를 훼손하는데, 이런 행동들이 오히려 더 큰 반향을 만들어낸 것 같아요."
- 구의원 선거에서 범민주 진영이 압승을 거두며 홍콩 시위와 관련된 한국인들의 관심이 조금 사그라든 것 같은데, 이후의 행보는 어떻게 계획하고 있나요?
"홍콩 시위가 일단락되면, 강연회 같은 것을 열어 현재 홍콩 상황에 대해 정확하게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한국인들이 왜 지지했는지, 왜 그렇게 강력한 공감을 발휘했는지, 왜 이전의 다른 국제 이슈보다 홍콩 시위에 더 집중했는지, 그 이유를 설명하고 같이 분석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홍콩 시위와 관련한 <경향신문> 기사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홍콩 민주화 운동에서는 한국의 급격한 파편화와 축적되는 사회적 분노, 그리고 정치적 불평등이 만들어낼 '다가올 미래'가 보인다. 절대로 바뀌지 않을 것만 같은 거대한 권력에 맞서, 세상을 바꾸고 싶어 하는 동북아시아 청년들의 연대가 보인다."
청년들이여, 불온한 대안을 상상하라
그와 함께 한 1시간 남짓한 인터뷰는 A4용지 9장 분량. 짧은 지면 탓에 이야기를 덜어내야 하는 것이 아쉽다. 다만 세상을 제대로 바꿔내고 싶은 그의 열정만은 어떻게든 담고 싶었다.
"청년이 가장 먼저 풀어야 할 문제는 '정치 참여'입니다. 고학력이라 불리는 좌파 석학들부터 밑바닥에서 복직 투쟁하는 노조 분들까지 저희를 보면 "얘네가 어디서 배웠는지 기특하게 나와서 이러네" 이러는데, 우리가 단지 '젊은이', '청년'이 아닌 '정치세력'이라는 것을 알려야 해요. 청년들의 아젠다를 담아내려면, 청년들의 목소리를 담은 정치참여가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절대로 바뀔 것 같지 않은 거대한 권력에 맞서 끊임없이 불온한 대안을 상상하고 있는 '정치세력'이 있다.
❶ 황미나 작가가 『몽테크리스토 백작』을 모티프로 하여 창작한 만화
❷ 1980년대 체코 공산정권 시기 민주화를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대가 수도 프라하의 벽에 비틀스 멤버 존 레넌의 노래 가사와 민주화를 요구하는 구호를 적어 저항하던 데서 시작되었다. 2019년 홍콩 시민들이 송환법 반대와 홍콩 자유를 요구하는 내용의 포스트잇 메모를 도심 벽에 붙이면서 또다시 '레넌 벽'이 등장했다. 대학 내에서는 홍콩 민주화 시위 지지 게시물을 부착하는 공간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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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특한 젊은이라구요? 엄연한 '정치세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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