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내려앉기 시작하는 낙안읍성민속마을. 지난 5일 해가 지고 성곽에서 내려다 본 풍경이다.
이돈삼
금둔사에 딸린 야생의 차밭까지 돌아보고, 집으로 향한다. 낙안읍성민속마을에 어둠이 내려앉고 있다. 가로등에 불이 하나씩 들어오고 있다. 민속마을의 초저녁 풍경이 그려진다. 서문 앞에 차를 두고 민속마을로 들어갔다. 고샅을 따라 하늘거리다가 성곽으로 올라가 걸었다.
성곽에서 내려다 본 초가 풍경이 어여쁘다. 굴뚝에서는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초가집 방에도 등불이 하나씩 켜진다. 한없이 정겨운 옛 고향집 같다. 그 사이 어둠이 초가집 마당에까지 깔렸다.
다소 밋밋한 글이 길었지만 나의 여행법은 이런 식이다. 나의 여행은 집을 나서면서 시작된다. 목적지는 있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다. 오가는 길에 하는 해찰이 주를 이룬다. 해찰의 연속이다. 발걸음은 사부작사부작, 눈은 사방으로 돌아간다. 지금은 고인이 된 내 아버지의 여행법이었다.
해찰은 한 가지 일에 집중하지 않고, 곁가지에 관심을 갖는 걸 일컫는다. 그 재미가 쏠쏠하다. 운전을 하다가도, 눈에 들어오는 경물이 있으면 차를 세운다. 도로변의 밭이랑이나 산비탈의 선율에 넋을 놓기도 한다. 이파리를 다 떨쳐낸 나무의 매혹적인 자태에 빠지기도 한다.
아버지뿐 아니라, 모든 것을 손끝으로 만져보는 시각장애인 김갑주 광주장애인종합지원센터 상임이사에게도 여행법을 배웠다. 김 이사는 1급 시각장애인이면서 음식산업을 하는 최고 경영자다. 시력을 잃어서, 삶이 더 건강하고 깊어졌다는 그다. 하루하루가 행복하다고 입버릇처럼 말을 한다. 그는 여행길에서 눈을 뜨고 다니는 사람들보다 더 많이, 넓게 본다. 내 여행의 본보기다.
같은 도로를 타지 않는 것도 나만의 여행법이다. 갈 때 고속국도나 국도를 타면, 올 땐 지방도를 이용한다. 아예 다른 지역으로 돌아오기도 한다. 강변 둔치나 산길도 마다하지 않는다. 같은 곳일지라도, 갈 때마다 느낌이 다르다. 산이 산답고, 들이 들답고, 바다가 바다다운 곳이 남도다.
설명판도 꼬박꼬박 읽어본다. 다음에 다시 가면 또 훑어본다. 궁금한 점은 주변에 묻거나 인터넷을 찾아본다. 어느새 지역에 대한 애정이 생기고, 관심이 늘어난다. 기삿거리를 생각해서 부러 눈여겨보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