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판 경매에 참여하는 중도매인신안군수협 흑산지점의 위판경매는 보통 7시를 전후하여 시작한다.
강민구
수요와 공급에 따른 일반적인 원리로 가격을 매기기에 흑산 홍어는 아쉬운 점이 큰 상품이다. 수산물 쿼터제로 한정된 물량을 어획해야 하는 어민 입장에서는 가격 변동이 클수록 다음 조업에 영향을 받는다. 최근 흑산도의 홍어잡이는 목포를 비롯한 타지어선의 조업방식과 다른 특수한 조업방식을 강점으로 내세워 해양수산부에서 주관하는 '국가중요어업유산' 지정 신청을 했다.
위판장에서 만난 신안수협 흑산지점의 관계자는 타지의 안강망 어선이 그물을 이용해 잡는 것과는 달리 흑산도 어선은 주낙을 이용한다고 언급했다. 전자는 해수면 아래 30, 40m의 중층부에서 잡지만 후자는 70, 80m의 심층에서 어획하므로 홍어가 잡히는 서식지부터 다르다고 강조했다.
홍어 주낙은 15cm 간격으로 낚싯바늘을 매달아 저층의 바닥에 깔아두는데 미끼를 따로 쓰지 않는다고 한다. 바늘을 문 홍어가 도망가려고 몸을 쓰다가 다른 바늘에 엉겨 상처가 나는데 피나 체내의 이물질이 자연스럽게 배출되면서 깨끗한 선어 형태로 잡히니 식감이 찰지다는 평이 많다고 한다. 한편 그물에 잡히는 홍어는 다른 어종과 뒤섞이는 탓에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체내에 이물질을 담고 있어서 품질이 흑산 홍어에 미치지 못한다.
계절마다 변하는 홍어의 서식지를 파악하며 수온이나 환경에 따른 변화를 읽고 조업 구역을 옮기는 등 경험으로 체득한 지혜나 미끼를 쓰지 않고 잡는 친환경적인 어법은 '국가중요어업유산'에 선정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후대에 이르러 전승될 수 있겠는가에 대한 의문과 불분명한 지속 가능성이 탈락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한다.
고되고 특수한 방식으로 홍어를 잡지만 이에 반하여 값을 차별화하지 못하는 점은 안타까운 점이라고 언급했다. 전국에서 소모되는 흑산도 홍어의 비중이 5% 미만으로 마리당 가격이 비쌌고, 그간 마을잔치나 애경사처럼 큰 행사에 쓰이는 상품으로 인식된 부분이 컸다면서, 흑산 홍어가 가진 브랜드를 홍보하고 판로 확대를 위해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인망 어선의 어업이 금지되면서 홍어를 비롯한 타 어종의 서식환경이 좋아져서 예전보다 어획량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마리당 가격이 30만~40만 원에 이르던 예전보다 값이 저렴해진 만큼 홍어잡이의 특수성에 따른 스토리텔링과 콘텐츠 개발도 병행되면 좋겠다. 현장의 목소리는 이처럼 중요하다. 실재하는 사실에 근접하는 정보와 지식을 책이 아닌 사람에 의해 얻을 수 있는 점은 필자에게 흑산도의 대표 음식이자 특산물인 홍어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