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이란 동시가 담긴 <너를 부른다>
창작과비평사
새롭게 태어나서 자라는 아이들한테는 새롭게 빛나는 말로 노래를 하고 싶어요. 고운 노래가 더욱 눈부시도록 살짝 손길을 보태고 싶은 마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겨울 물오리 (이원수)
얼음 어는 강물이 춥지도 않니
동동동 떠다니는 물오리들아
얼음장 위에서도 맨발로 노는
아장아장 물오리 귀여운 새야
나도 이제 찬바람 무섭지 않다
오리들아 이 강에서 같이 살자
※ 겨울 물오리 (숲노래가 손질한 글)
얼음 어는 냇물이 춥지도 않니
동동동 떠다니는 물오리들아
얼음판에서도 맨발로 노는
아장아장 물오리 귀여운 새야
나도 이제 찬바람 무섭지 않다
오리들아 이 냇물에서 같이 살자
지난날에는 '강'이 아닌 '내'라고만 했고, 드넓은 내일 적에는 '가람'이라 했다지요. 모래가 고운 냇물은 으레 '모래내'라 해요. 이 냇물 이름은 나라 곳곳에 참 많습니다. 하늘을 별빛으로 가르는 모습도 '미리내'라고 해요. 미르(용)가 노니는 냇물이란 뜻입니다. 그래서 <겨울 물오리>란 노래에서 "강물"을 "냇물"로, "얼음장 위에서도"를 "얼음판에서도"로 손질해서 부릅니다.
저는 이 두 노래를, 동시를, 두 아이가 0살이던 무렵부터 10살이던 때까지 셀 수 없도록 불렀습니다. 예닐곱 살 무렵까지는 날마다 짧으면 한나절을 노래를 부르면서 살았어요.
두 노래 가운데 <햇볕>은 이 땅에 태어나서 살아가는 마음을 어떻게 건사할 적에 스스로 듬직하고 즐거우며 아름다운가 하는 실마리를 참 잘 밝혔다고 느껴요. 어린이도 어른도 다같이 햇볕이 되고, 햇빛이 되며, 햇살이 될 적에 오롯이 사랑으로 피어난다고 하는 뜻을 놀랍도록 단출히 풀어냈습니다. 게다가 우리 밥이란 바로 햇빛이면서 사랑이고, 우리 살림도 해님처럼 일구고 나누면서 활짝 웃자고 하는 마음까지 들려주어요.
동시 <겨울 물오리>는 이원수 님이 숨을 거두기 앞서 이녁 딸아이 손바닥에 손가락으로 그려서 남긴 노래라고 해요. 저는 이 동시 <겨울 물오리>가 이원수 님으로서 우리한테 마지막으로 남기는 눈물글(참회록)이라고 느꼈어요. 이원수 님은 서슬퍼런 이승만·박정희 독재가 춤추던 때에도 독재정권을 나무라는 동화를 꾸준히 썼어요. 전태일 님이 몸을 불살라 죽은 뒤에 곧장 쓴 <불새의 춤>은 참으로 엄청났지요. 이 동화 <불새의 춤>은 1970년대뿐 아니라 1980년대에도 곧잘 가위질이 되었는데요, 1981년에 숨을 거둔 이원수 님은 어린이문학을 하는 사람으로서 어린이문학으로 눈물글을 남겼구나 하고 느낍니다. 바로 <겨울 물오리>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