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아파트 모습.
이희훈
문재인 정부가 12.16부동산종합대책을 내놓은 지 보름 이상의 시간이 흘렀다. 12.16대책은 전격성, 밀행성, 고강도성을 주요 특징으로 하는데, 효과가 벌써 나타나는 기미가 역력하다.
작년 27일 한국감정원의 발표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0.1%를 기록해 그 전주 상승률 0.2%의 절반에 머물렀다. 특히 눈에 띄는 건 서울 아파트값 상승을 견인하는 강남 3구와 강동구를 포함한 서울 동남권 상승률이 0.1%를 기록해 전주 상승률의 3분의 1 이하로, 최근 폭등했던 양천구 상승률도 0.61%에서 0.23%까지 각각 급락했다는 사실이다.
12.16대책은 2018년 9.13부동산대책 이후 소강상태에 머물던 서울 아파트 시장이 상승쪽으로 다시 방향을 잡은 상황에서 전광석화처럼 등장했는데, 이런 강도의 정책이 작년 봄쯤에 나왔으면 서울 아파트시장은 확실히 하향안정화 됐을 가능성이 높다.
주택가격은 등락도 중요하지만 거래량도 매우 중요한데, 7월에 8814건을 기록해 작년 들어 최고를 기록했던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8월 6605건, 9월 7001건으로 줄어드는 기미를 보이다 10월 1만1509건으로 폭발했고, 신고기간이 아직 1개월이나 더 남은 11월에도 8802건으로 폭증하며 완연히 상승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고가아파트 직격해 시장을 하향안정화시켜라
12.16대책은 고강도의 대출(주택담보대출 및 전세자금대출) 관리를 핵심내용으로 하는데 주로 15억 이상의 고가 주택과 9억 초과의 고가주택이 타깃이다.
12.16대책에 담긴 정부의 생각은 대강 이런 것 같다. 근년의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은 투기수요가 주된 것이고 투기수요는 기대수익률이 높은 물건을 매집대상으로 하는데, 투기수요가 기대수익률이 가장 높은 고가 아파트(강남재건축 아파트, 강남·서초·송파의 랜드마크 아파트, 마포·용산·성동의 랜드마크 아파트)를 끌어올리면 이게 일종의 기준이 되고 여기에 맞춰 서울 아파트, 신도시 아파트, 경기도 아파트가 키를 맞춘다. 따라서 시장 참여자들이 고가 아파트 매수에 동원할 수 있는 레버리지를 끊어내 고가 아파트에 낀 거품을 걷어내고 그 여파가 다른 지역 아파트들까지 파생되도록 하자.
만약 정부의 생각이 저런 것이라면 시장에 대한 정부의 진단과 해법은 모두 적절하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서울 아파트는 너무 오래, 너무 많이 올랐다. 그게 다 투기수요 때문이다. 투기수요는 기대수익률을 쫓기 때문에 기대수익률을 낮추는 것 이외엔 투기수요를 잠재울 길이 없다.
기대수익률을 낮추는 방법은 보유세를 주된 수단으로 하고 양도세를 보조수단으로 해서 가져갈 수 있는 불로소득의 크기를 줄이는 것과, 투기에 사용할 레버리지를 없애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레버리지를 태우는 데에는 적극적이지만 보유세 및 양도세 강화에는 소극적이다. 그건 퍽 아쉬운 대목이다.
집값이 오르면 올랐다고 물어뜯을 거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