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소의 크림색 고양이를 처음 만난 날
박은지
보호소 떠나 새로운 집으로
하지만 별 소득 없는 이날의 만남은 오히려 다른 종류의 끌림으로 마음을 일렁이게 했다. 크림색 털에 파란 눈, 집에서 예쁨 받으면서 지내면 지금보다 훨씬 더 예뻐질 게 분명하겠지… 무엇보다 왠지 시무룩해 보이는 표정이 마음에 걸렸다.
보호소에 들어오고 성묘가 된 이후에 한 번도 가정에서 지내본 적 없는 고양이인 것이다. 보호소가 당연히 내 집이라는 듯, 새로운 사람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는 그 시큰둥한 얼굴이 오히려 자꾸 눈에 밟혔다. 애초에 나는 처음부터 이 고양이가 우리가 가족이 되어야 할 그럴 듯한 이유를 찾고 있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보호소에서 아무리 오래 머물러도 그곳이 집이 될 수는 없다. 봉사자들이 있지만 압도적으로 수가 많은 유기동물들은 이들이 주는 사랑을 다른 개, 고양이들과 나눠 가져야 한다. 보호소 묘사에는 자기만 바라봐줄 집사가 필요하다는 듯 사람을 보자 무작정 몸을 비비며 적극적으로 애정 표현을 하는 아이도 있었다. 자기는 보호소도 괜찮다는 듯 눈을 껌뻑이고 있던 그 크림색 고양이는 또 앞으로 얼마나 오랫동안 보호소에 머물게 될까?
이미 마음은 결정되어 있었던 것 같다. "어땠어, 우리 그 아이랑 괜찮을 것 같아?" 남편에게 묻자 그도 잠깐의 만남이 마음에 여운으로 남은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 밤, 우리는 저녁을 먹다 말고 보호소에 크림이를 입양하고 싶다고 연락을 했다. 그리고 바로 다음 날 서둘러 우리 집 셋째를 집으로 데려오기로 결정했다. 보호소에서 데리고 나오기도 전에 연한 노란빛 털을 보고 벌써 '달'이라는 이름을 지어두었다. 그 은은한 빛처럼 우리가 서로에게 스며들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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