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에서는 한글 노선도를 그대로 단 버스를 흔히 볼 수 있다.
이선배
양곤 시내를 다니다 보면 한글 광고판, 심지어는 한글 노선표를 그대로 달고 있는 버스를 많이 본다. 그것도 양곤 공영 시내버스가 말이다. 미얀마에서 한국 중고 버스를 수입해서 쓰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긴 하지만 왜 한글 광고판을 그대로 두고 달리는 것일까?
그 까닭은 한국 자동차의 우수성 때문이라고 한다. 중국차에 비해 한국차가 내구성 등 여러 면에서 우수하기 때문에 나중에 되팔 때 값을 더 후하게 받을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일부러 한국 차임을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한글 표지판을 그대로 달고 다닌다고.
한국인 스스로 '헬조선'이라고 하며 떠나기 원하지만 또 누군가는 이처럼 한국을 좋은 나라로 여기고 선망의 대상으로 생각하고 있다니 우리 스스로 한국을 어떻게 여겨야 하는 것이 맞는 것일까 의문이 들었다.
그런데 의외로 승용차는 한국차보다 일본차가 훨씬 많았다. 거기에도 다 경제 논리가 숨어 있다고 한다. 과거 일본의 식민지배를 받았던 미얀마 역시 일본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다고 한다.
일본은 동남아 시장 확보 차원에서 미얀마 현지 투자를 많이 하는 편인데 그중 하나가 중고 자동차를 무상 원조했다고 한다. 미얀마에 필요한 관용차를 일본 정부가 지원해주었는데 그 차들이 중고차 시장에 풀리면서 저가에 쏟아져 나왔다는 것이다.
또 한 번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쓰나미로 침수되었던 차량들이 대량으로 수입되어 그 차들이 풀려서 거리 곳곳에 일본차들이 넘쳐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미얀마에는 운전대가 오른쪽에 있는 차들과 왼쪽에 있는 차들이 뒤범벅인 상태였다.
그러한 일본차 저가 공세에 한국 중고차는 아직 터를 잡고 있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한다. 하지만 몇 년 후면 중고자동차 시장에서도 시장 질서가 회복되어 한국차를 많이 볼 수 있지 않겠냐고 현지 가이드는 전망했다.
미얀마에서 새 차를 타고 다니는 것은 부의 상징이라고 한다. 그 까닭은 수입차에 대한 관세율이 100%가 넘어서 한국에서 3천~4천만 원 하는 차도 미얀마에서는 7천만 원 넘게 줘야 탈 수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불인데, 미얀마는 현재 1,600불 정도에 그치고 있으니 한국의 1/20 수준인데 차 값은 오히려 미얀마가 2배이니 체감물가로 치면 40배 수준의 사치품이라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