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 역사 공부하는 법(강창훈 지음, 유유, 2019)
김은경
<아이와 함께 역사 공부하는 법>을 쓴 강창훈 작가는 출판사에서 20년 가까이 역사책 분야의 편집자로 일하다 10여 년 전부터는 어린이책 작가로 적지 않은 집필 활동을 해왔다. 그런 탓에 작가가 어린이 독자와 소통하며 직접 느꼈던 점 그리고 실제로 자신의 아이를 키우면서 역사에 관한 대화를 나누며 쌓은 경험과 고민, 노하우를 풀어놓은 게 바로 이 책이다.
저자는 아이가 "에이~ 또" 하는 반응을 보일까 툭툭 별말 아닌 듯 (역사적) 대화 거리를 던져 유인(?)하기도 하고, 부러 호기심을 자극할 만한 지점을 슬쩍 흘리기도 하며 생활 속에서 자연스레 역사적 사고를 하는 것에 익숙해지도록 노력한다. 그 모든 노력에서 공통으로 느껴지는 것은 어떤 역사적 사실이라도 아이가 다각도로 생각해보기를 바라는 것 같다.
과거의 이미 지나간 사건으로 무감하게 몇 년 몇 월 며칠에 일어난 일이라 시험 준비용으로 외울 것이 아니라 하나의 역사적 사실이 어떤 맥락에서 일어나 어떻게 전개되었으며 그 때문에 후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다각도로 들여다보길 바라는 마음이랄까. 역사 어린이책을 쓰고 있는 작가, 아니 아버지의 마음이 느껴지는 책이다.
"경운궁이 어딘지 알아?"
"그것도 궁궐이야? 나야 당근 모르지."
"인터넷 들어가서 사전 찾아봐. 네가 잘 아는 궁궐 이름하고 같이 나올 거야."
"어디 보자, 음... 아! 경운궁이 덕수궁이야? 거기 몇 번 가 봤잖아, 우리."
고종이 환궁할 당시만 해도 덕수궁은 '경운궁'이라고 불렀는데, 1907년 고종이 강제 퇴위를 당한 뒤 이름이 덕수궁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덕수궁이라고 부르고 있죠.
"지도에서 덕수궁도 검색해 봐!"
아이가 검색해 보더니 깜짝 놀랍니다.
"어? 러시아공사관하고 가깝네?"
- <아이와 함께 역사 공부하는 법> 91쪽.
'아관파천'이라는 역사적 사실을 그저 '경복궁에서 러시아공사관으로 이동했다'는 문장으로 단순히 받아들이는 것과 공간을 함께 상상하는 것은 이해라는 측면에서 많은 차이가 있다는 것을 이 책을 읽다보면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러시아공사관에서 고종이 환궁을 할 때 왜 경복궁이 아니라 경운궁으로 갔을까, 라는 질문을 던지며 위치와 거리라는 공간의 개념을 넣어 다각도로 상상하게 한다. 마치 드라마의 한 장면을 보는 듯 머릿속으로 긴박함과 함께 상상하게 그려지는 것이 참 신기하다.
책을 읽다 보면 생활 속에서 끊임없이 틈을 보아 아이에게 역사로 접근하는 아버지를 만날 수 있는데, 이 책의 제목이 <아이와 함께 역사 공부하는 법>인 것은 아이에게 (주입식으로) 역사 공부를 시키는 법이 아니라 아이와 '함께' 역사 공부를 하며 "시야를 넓게, 생각을 깊게" 가지자는 바람이자 권유이기도 한 것 같다. 이 책의 묘미는 그 과정에서 역사적 지식을 함께 얻어듣는 것이다. 아이만 위한 것이 아니라 역사 초보자인 나도 함께 역사 공부를 한 것 같다.
세상은 점점 다양하게 변모하고 흘러넘치는 웹 정보로 어느 것을 가려 읽고 가려들어야 할지 막막할 정도다. 특히 역사적 사건이나 국제 정세는 하나의 단편적 사실(정보)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도 막연하고 말이다.
수능 필수 과목으로서의 중요성뿐만 아니라 현명한 가치관을 지닌 세계 시민으로 아이들이 자랄 수 있도록 하는 데 역사 공부의 중요성이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건 아이뿐만이 아니고 나 같은 어른도 마찬가지다. '우리 모두 함께' 역사 공부하는 법에 대한 책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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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역사 공부, 이거면 나도 설민석만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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