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은희 수정안 '부적합' 판정한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최고위원이 3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바른미래당 권은희 의원이 제출한 것으로 알려진 '공수처법 수정안'에 대해 권력의 범죄를 수사하고 감시하는 기능의 공수처로서 '부적합' 의견을 내고 있다. 오른쪽은 이해찬 대표.
남소연
'기소권은 검찰에게 수사권은 경찰에게', 이것이 검경수사권 조정의 요체다. 그러나 4+1의 검경수사권 조정안인 형사소송법개정안과 검찰청법개정안에는 이것이 충분히 실현되어 있지 않다. 검찰은 여전히 광범위한 영역의 직접수사권(부패범죄, 경제범죄, 공직자범죄, 선거범죄, 방위사업범죄, 대형참사 등 대통영령으로 정하는 중요범죄, 경찰공무원의 직무에 관한 범죄, 사법경찰이 송치한 직접 연관성 있는 범죄)을 가지며, 경찰의 수사에도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경찰이 송치한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요구 또는 재수사 요구)
영장청구권도 문제다. 이른바 청와대 하명 수사 관련하여 참고인 조사를 앞두고 극단적 선택을 한 검찰수사관의 휴대전화 건에서 나타나듯 검찰은 압수수색영장신청이 자유롭지만 경찰의 압수수색신청은 자유롭지 못하다. 영장신청권을 경찰이 아닌 검찰이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비록 개정된 검경수사권 조정안에서 경찰이 영장신청이 기각되었을 때 고등검찰청에 설치된 영장심의위원회에 영장신청심의를 다시 해 볼 수는 있으나 여전히 경찰이 영장 문제로 수사에서 제약을 받아야 하는 상황은 피하기가 어렵다.
공수처는 이 같은 상황에서 만들어지는 권력 분산 기구이다. 수사권 기소권 영장청구권을 모두 갖고 있는 검찰, 경찰로 견제가 안 되는 검찰의 권력을 분산시키기 위한 장치다.
실패한 검찰의 인정 투쟁
권력기관의 속성상 가능한 이야기는 아니겠지만, 막강한 권력을 가진 사정 기관이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정의롭다면, 굳이 개혁이라는 힘든 칼날을 들이댈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 먼 지난 일은 다 들출 필요가 없고 윤석열호의 출범부터 살펴보자.입법 행정 사법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공수처장과 달리 행정부에 속하는 검찰의 수장인 총장은 임명 과정부터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되는 인물이기 쉽다. 임명 후에도 내각의 하나인 법무부장관의 지휘를 받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민정수석실 같은 청와대의 불법적인 간섭에 시달리기도 한다. 따라서 검찰총장이 어떤 사람인가는 검찰의 독립성과 매우 긴밀한 관련을 갖게 된다.
정권이 검찰의 독립성을 보장할 의사가 있어야 하며, 총장 자신이 약점이 없어야 하고 배짱과 강단이 있어야 하는 것인 바, 숱한 독립성 시비에 휘말려 왔던 검찰 조직 입장에서 문재인 정권과 윤석열 총장의 만남은 '검찰 독립'이란 측면에서는 최적의 조건이었을지 모르겠다.
그렇게 얻은 독립성으로 검찰 조직은 마땅히 공동체로부터 정당성을 인정받는 조직으로 거듭나야 했다. 그것은 악셀 호네트가 지적했듯 스스로의 존엄을 되찾기 위한 정체성 투쟁이었을 것이고, 사회적 인정투쟁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모처럼만의 호기를 맞은 검찰 조직은 황금 같은 기회를 날려 버렸다.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도 지나친 자기조직 우위 논리에 함몰되어서였을까.
공수처 없이도 권력에 대한 수사를 할 수 있다며 법무부장관과 청와대를 향해 칼을 겨눴다. 경찰 수사를 믿을 수 없다며 몇 가지 사건을 가로채 왔다. 그런데 기이한 현상이 벌어졌다. 열심히 수사하고 힘들게 싸웠지만 갈수록 비난은 늘어나고 고립이 깊어졌다. 경찰, 법원, 국회, 청와대와 충돌하고 국민의 상당수와 대립하게 됐다. 인정투쟁이 격렬해질수록 사회적 지지가 더 줄어드는 딜레마에 빠져 버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