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남문현재 남은 전주성의 흔적 중 하나인 풍남문. 한옥마을·경기전·전동성당 인근에 위치해 있다.
이준혁
지휘부는 이날 오후 전주 부민들을 관아에 모아놓고 일장의 지침을 내렸다.
"우리는 보국안민을 주장하는 자들이라 백성과 국가를 위하여 노력함이요, 결코 타의가 없으니 동포들은 각기 안심하라."라고 위무한 다음, 관리들에게는, "비록 관리라도 죄 없는 자는 논하지 않을 것이며, 설사 죄가 있다하더라도, 전과를 뉘우치고 의거에 합종(合從)하는 자는 특별히 용서할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목을 베겠다."라고 엄명을 내렸다.
이어서 방문을 남문에 게시하여 수구파 정부와 초토사 홍계훈의 죄를 물었다.
방문
방금의 사세(事勢)는 앉아서 죽음을 기다릴 수 없는 형편이다. 웅병 맹장은 각각 그 믿는 땅에 있고 각군(郡)의 재사(才士)는 그를 먼 곳에 보내어 근왕(勤王)의 일을 한다. 대저 오늘날 우리들의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형편으로 말하면, 집권대신들은 모두가 외척인데 주야로 하는 일이란 오로지 자기의 배만 부르게 하는 일이고, 자기의 당, 자기의 파 만을 각 읍에 널리 보내어 백성 해치기를 일삼고 있으니 백성들이 어찌 이를 감내할 수 있다는 말인가?
초토사 홍계훈은 본래가 무식한 사람이라, 동학의 위세를 두려워하면서도 부득이 출병하였다. 망령되게도 공이 있는 김시풍을 죽이고 이것으로 공을 삼으려 하니 홍계훈은 반드시 사형을 받아 죽을 것이다. 가장 가석한 일은 3년 이내에 우리나라가 러시아에 귀속될 것이므로 우리 동학이 의병을 일으켜 백성들을 편안케 함이니라.
갑오 4월 27일 (주석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