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서울우편집중국에서 우체부와 택배직원들이 가득 쌓인 우편물들을 분류·정리하고 있는 모습. (자료사진)
연합뉴스
"개봉하기 전에 택배 노동자들끼리 집단상영회를 열어 영화를 같이 봤다. 영국과 한국의 상황이 전반적으로 유사했다. 근로자의 형태로 일하고 있지만 '개인사업자'다 보니 자기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모습이 특히 닮아있었다." (수열 전국공공운수노조 정책기획국장)
영화 초반, 리키는 택배 일을 시작하기 전에 택배차 구매 여부를 두고 고민에 빠진다. 다달이 회사차를 빌리면서 렌트비를 낼지 아니면 자기 차를 살지를 고민하던 리키는 아내 애비의 차를 팔아 물건을 더 많이 실을 수 있는 커다란 택배차를 구매한다.
배달노동자인 라이더유니온의 박정훈 위원장은 "영화에서 렌트비를 낼지 자차를 살지를 두고 고민하는 모습이 마치 라이더들 같았다"며 "라이더들도 처음 배달 일을 시작할 때 오토바이를 살지 아니면 렌트비를 낼지 고민한다"고 말한다.
택배 노동자인 박성기 전국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택배지부 지부장은 영화처럼 가족을 태우고 택배일을 해본 적이 있다고 말했다. 영화에서 리키는 딸을 태우고 택배 일에 나서지만 박성기 지부장은 아내와 함께 일했다. 2007년 한 택배 회사에 입사한 그는 첫 날에만 270여 개의 물량을 받아 아내와 함께 배달을 시작했다. 리키는 딸이 도와준 날 무사히 일을 해내지만 박성기 지부장은 아내가 도와줘도 일을 다 끝내지 못했다.
"초짜가 어떻게 270개를 돌리나. 오후 11시 30분까지숨도 못 쉬고 계속 배달만 했다. 한 남자가 집사람에게 쌍욕을 하면서 '지금 몇 시인데 배달을 왔냐'고 하더라. 집사람은 그런 욕을 처음 듣고 설움이 북받쳐서 울었다. 내가 그만하자고 해서 170개까지만 돌리고 100개를 반납했다."
자차를 구매하더라도 차가 온전히 택배 기사에게 귀속되지 않는 건 영국이나 한국이나 똑같았다. 영화에서 리키는 택배차에 딸을 태웠다가 관리자의 지적을 듣기도 했다. 리키는 "내 차인데 딸도 못 태우냐"고 항의하지만 관리자에게 그 항의가 통하지 않았다.
한국의 경우 택배차를 개인이 구입하더라도 차에 회사 마크를 새기는 등 사비로 도색을 해야 한다. 박성기 지부장은 "'사장'으로 간주하면서 근무복도 반강제로 매매하고 차에 도색하는 비용도 사비로 내라고 한다"며 "택배차를 중고로 300만 원에 팔 일이 있었는데 도색이 돼있다는 이유로 100만 원을 차감하더라. 회사에서 100만 원을 내주는 일은 없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업무 중 발생하는 자질구레한 비용도 모두 사비로 해결해야 한다. 박성기 지부장은 "핸드폰 어플, 스캐너, 운송장, 장갑 같은 일에 필요한 물건은 모두 자비로 해결한다"고 말했다. 영화 속 리키의 관리자도 리키의 과실이 아닌 어떤 사고로 스캐너가 부서졌을 때 리키에게 모든 책임을 물었다. 박정훈 위원장은 "계약할 땐 사장님이고 일시킬 땐 근로자인데 사고가 나면 다시 사장님이 된다"고 꼬집었다.